막판까지 '징벌적 손배' 고수한 與…특위 구성해도 불씨 여전
청와대 모르쇠·친문 강성당원 존재감·여당 지도부의 반민주적 접근방식 '확인'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제한을 주요 취지로 삼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집권여당의 행태가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다.

유엔과 국제언론인협회 등 국제사회까지 들고 일어나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할 정도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감히 내놓지 못했던 시도를 벌였던 후폭풍은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야당과의 협의 막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핵심 쟁점을 고수하면서 잡음을 일으켰다. 향후 여야 간 국회 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하기로 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언론중재법 무산이 남긴 것은 여러가지로 요약된다.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한 청와대의 방관자적 태도, 개정안 강행을 재촉한 친문 강성당원들의 존재감, 야당이나 언론계를 무시하고 180석 슈퍼 여당의 권력을 과시한 여당 지도부의 접근방식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의회가 주도하는 법안"이라며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여러차례 공개 발언 기회가 있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야권의 입장 표명 요구에 청와대는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해왔을 뿐이다.

언론중재법 무산에 앞서 여러차례 당내 강행 여론을 주도한 친문 강성당원들도 마찬가지다. 언론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야당과 협상을 나선 당 지도부를 향해 계속해서 입법을 재촉하고 나설 정도였다.

극렬 지지층 표심을 의식하면서 법 처리 무산에 대해 뒷끝을 보인 당 지도부도 여전하다. 송영길 당대표는 1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언론개혁이 물 건너간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은 이번에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처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 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원안의 모순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 사진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사진=(좌)청와대, (중)연합뉴스, (우)민주당 제공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법률로 제약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국민의 알 권리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민주당이 협상 막판까지 고수한 징벌적 손해배상만 문제가 아니다. 입증 책임을 피고에게 전가할 뿐더러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 무력화' 같은 독소조항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송영길 당대표는 지난 1일 앞서 문제시 됐던 이러한 법 세부 내용에 대해 직시하기는 커녕, '언론개혁'과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운운했다. 끝까지 속내를 인정하지 않고 명분론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중재법 긴급 토론회에서 "무엇이 급해서 이 법안을 이렇게 서두르느냐?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냐"고 지적하기도 했을 정도다.

향후 여야는 동수 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고 언론중재법 말고도 신문법과 방송법 등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연말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법안 처리 시한을 못 박지 않아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할 뿐더러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 자유에 족쇄를 채우려 했던 집권여당이 이를 재시도할지 주목된다.

한국의 국격 문제가 아니다. 지난 몇개월 간은 586운동권이 장악한 민주당이 파시즘 권력으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