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4조5천억 투자 가장 많아…우리-하나-KB국민-IBK기업 뒤이어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금융권의 최대 경영과제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은행과 보험사가 지난 10년간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19조 3000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권의 화석연료 사업 투자 중단이 언급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석유·천연가스 투자액은 19조 2909억원에 달했다. 천연가스 13조 2324억원, 석유사업 5조 2766억원, 혼합 7819억원 등이다.

   
▲ 글로벌 금융업계가 기후변화 위기를 타파하는 방안으로 '탄소배출 제로'를 뜻하는 '탄소중립'에 주목하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DB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2조 79억원(천연가스 7조 6189억원, 석유 4조 1577억원, 혼합 2313억원), 보험사가 7조 283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의 경우, NH농협은행이 지난 10년간 4조 4729억원을 투자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우리은행 2조 1142억원, 하나은행 1조 9689억원, KB국민은행 1조 5992억원, IBK기업은행 9658억원, 신한은행 6559억원, SC은행 1364억원, BNK부산은행 846억원, Sh수협은행 100억원 순이었다.

국내 금융업계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은행·비은행 계열사들이 ESG경영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지지' 등을 선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석탄금융 축소와 기후금융 확산 환경조성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미참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는 모든 채권 미인수 △탈석탄 확산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적극 협력 등을 정책의 일환으로 약속하고 있다. 

또 탄소배출량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탈석탄 금융 등을 실천하는 금융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 가입하며 탄소배출 제로를 약속했다. 

   
▲ KB금융그룹은 지난 7월 NZBA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은행으로 선출됐다. 운영위원회에는 KB금융, 스탠다드차타드, 뱅크오브아메리카, BBVA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총 12개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선정됐다. KB금융은 일본 MUFG와 아태지역 은행들을 대표해 2년 동안 운영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 사진=KB금융그룹 제공


민 의원은 국내 금융사들이 석탄의 대체 자원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들 자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3.8%는 석유, 20.6%는 가스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기후위기 위험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 금융사들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민 의원은 "석탄은 시민사회의 지적으로 시장에서 많이 퇴출됐으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세계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온실효과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석탄과 같이 좌초자산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금융사들이 탈석탄금융 선언을 넘어 탈석유·천연가스 선언을 미리 준비하고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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