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평균 증가율 웃돌아, 주요 시장 점유율도 최대치
시대변화에 발 맞춘 '굿 리스너' 정의선, "인재들이 오고싶은 회사가 중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식으로 그룹수장으로 오른지 오는 14일로 만 1년이 된다. 수석부회장으로 이미 실질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회장에 오른 그는 본격적인 그룹의 체질개선에 돌입했고, 지속가능한 미래먹거리 마련에 힘썼다. 정 회장 외형적 성장 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 많은 성과를 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선 등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편집자 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룹의 총수자리에 올라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위기돌파 능력과 리더십이 눈길을 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긴축정책을 펼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이런 성과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으로 나타났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정 회장은 조직문화의 혁신을 촉진시켰고, 나아가 현대차그룹의 역할을 재정의 했다. 

1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이 현대차 총수에 오른 지난 1년 간 그룹 시가총액은 30%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체 시총은 정 회장 취임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 13일 종가 기준 105조8210억원에서 올해 10월 8일 136조18270억원으로 일 년 새 28.7%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0조3600억원 가량이 늘었다. 

그룹 전체 시총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는 17개 종목의 시총을 합한 규모다. 증가세 역시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컸다.

지난 1년 사이 삼성그룹 시총은 20.0% 증가했고, LG그룹은 14.9% 늘었다. SK그룹의 경우 신규 상장사를 제외하면 그룹 시총이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 중인 가운데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가득한 경영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외부 요인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성 확대 속에 그룹의 역량도 결집했다. 덕분에 지난 1년 새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모두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올해 판매는 전년 대비 10%를 웃돌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미국 시장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1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 포인트 높아졌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고급 차 판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수소 전기차 등 친환경 차 판매를 확대하며 친환경 미래 차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현대차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친환경 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장기 미래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주력인 자동차 산업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평상시 강조해온 '고객'과 '품질'이라는 키워드로 대응했다. 위기일수록 고객이란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고, 품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역설한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 밖에도 정 회장이 그리는 수소경제 생태계 수립에 집중하며 친환경성 강화를 통한 그룹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고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공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첫 공식 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고, 올해는 국내 기업의 수소 사업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탄소 중립에도 앞장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9월까지 전년보다 13.1% 늘어난 505만여 대를 세계 시장에 판매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산업 수요 증가율을 웃도는 판매율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도 늘렸다.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7% 늘었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SUV와 고급차 판매 비중도 높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68% 증가한 53만2000여 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는 등 친환경 브랜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이르면 올 연말 누적 2만 대 판매가 전망된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도전적 동기부여로 내부 구성원의 창의적 사고, 자발적 몰입, 열린 참여 등 능동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수석부회장 재임 시절부터 이어온 조직문화 혁신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유연 근무제,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자율좌석제 등 자율성을 신장했고 직급체계도 통합했다.

임직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점프업 아이디어 공모전'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기차를 충전하며 보내는 시간을 특별한 고객경험의 시간으로 재창조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폰 원격 제어로 차량을 살균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 5천 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

정 회장은 최근 거점 오피스와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을 비롯해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근무형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타운홀 미팅을 마치고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판교, 성내 등 최근까지 8곳의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고 다른 그룹사들도 거점 오피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클라우드 방식의 신 업무 플랫폼 도입 이후 효율적 재택 근무를 위한 시스템 고도화도 지속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의 자연스러우면서도 폭넓은 임직원들과의 소통도 조직문화 변화의 긍정요인이다.

정 회장은 두 차례 타운홀 미팅에 직접 참석했다. 올해 타운홀 미팅에서 "저는 우리 임직원들을 믿는다. 같이 하면 정말 되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신뢰를 표했다.

정 회장은 구성원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매니저급 직원에게도 직접 이메일을 쓴바 있고 '굿 리스너'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것이 회장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동차 판매로 1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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