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예금위주로 유치, 이동걸 "단기자금이라 금리 낮은 영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있는 국적 원양선사 HMM이 벌어들인 돈의 67.4%를 산은의 초저금리 금융상품에 묵혀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는 HMM이 채권단의 압박에 못이겨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산은에 맡겼다는 지적이다. 때아닌 '모럴헤저드' 논란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HMM이) 단기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 15일 치러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산은으로부터 확보한 'HMM 보유 여유자금별 운용 현황'에 따르면, HMM 보유 여유자금은 지난달 30일 현재 총 4조 30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해운호황이 수익 극대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금융상품별 여유자금 운용을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2조 31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수시입출식예금(MMDA) 1조 2634억원, 특정금전신탁(MMT) 3798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7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HMM이 대규모 자금을 산은에 맡겼지만 이자수익이 극히 미미한 점을 주목했다. 실제 HMM의 여유자금 4조 308억원 중 67.4%에 달하는 2조 7174억원이 산은의 초저금리 상품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정기예금이 2조 3107억원으로 전체의 85.0%를 점유해 가장 많았다. 뒤이어 MMT에 3790억원, MMDA 27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HMM이 이들 상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는데, 올해 1~9월 금융소득은 약 27억원에 그쳤다. 

또 9월 말 여유자금 4조 308억원 중 별도 만기가 없는 금융상품(MMDA, MMT, 보통예금, 당좌예금)을 제외한 2조 7016억원의 예상 이자 수입도 39억 6000만원에 불과했다. 모두 0%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자금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전날 치러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은 "HMM이든 어떤 기업이든 여유자금이 있을 경우 국내 주요은행으로부터 예금상품에 대한 견적서를 받고 그 중에서 유리한 상품에 가입한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유리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HMM 자금관리 처리기준에 있어서 나중에 관리단에 승인을 받고 관리단이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며 "관리단이 모두 산은 직원인데 무엇이 유리하다는 것이냐"고 호통쳤다. 

초저금리 상품에 자금을 맡긴 것도 모자라 HMM 여유자금의 67.4%를 산은에 예치하도록 한 것은 심각한 모럴헤저드라는 지적이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HMM은 집행되는 일체의 자금을 산은에서 파견나간 자금관리단을 경유해 승인받아야 한다. 

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회장은 "HMM은 단기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다"며 "예금상품을 견적받아서 비교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에게 편파적으로 하지도 않고 관리단이 이런 문제에 대해 결정을 하고 산은에 자금을 주라고 명령하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산은이 HMM의 여유자금 운용 금융상품 대부분을 저리 예금 등에 묶어두고 운용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회사의 여유자금에 대한 비효율적 운용"이라며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관리회사 전반에 대한 여유자금 운용실태 감사를 실시하여 부실 관리 적발 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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