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작업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이후 탄생할 저비용 항공사(LCC)는 한진그룹 내 어느 회사 아래 위치하게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법과 한진그룹의 재무 여건, 기업 결합 심사 등 제반 여건을 따져볼 때 향후 통합 LCC는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자회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 대해 "노선별 독과점 심사를 통해 조건부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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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칼·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로고./사진=각 사 제공 |
정부가 이처럼 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3사 통합과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는 조명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 구조 최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수많은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다양한 행위 제한 요건 대상에 해당한다. 때문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외에도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 방안은 난수표가 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주체는 한진칼의 자회사 대한항공이다. 인수 직후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아시아나세이버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한진칼의 증손회사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편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완전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에어포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부산(41.15%)과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IDT(76.22%)는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에 저촉된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일정 기간 자회사로 둔다는 방침이고, 통합 LCC를 한진칼 자회사로 둘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시킬지 고민 중이다. 이와 관련,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3월 말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진에어 등 3개 LCC를 하나로 합쳐 통합 대한항공 또는 한진칼 아래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한항공이 당초 계획했던대로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완료해 증손회사들이 손자회사로 승격될 때에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시아나IDT는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세이버는 토파스와 합병하면 지분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LCC 통합이다.
공정위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 발표가 점점 밀리고 있어 지배 구조 개편이 예고한대로 2년 내에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한진칼의 자회사로 있는 진에어 중심으로 통합 출범이 유력한 LCC 지분 전량을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하는 복잡한 형국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진그룹은 송현동 호텔 부지·제주 칼호텔·칼 리무진·기내식 및 기판 사업부 매각 등 전사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등 체질 개선에 여념이 없다.
지난 8일 기준 진에어 시가총액은 9540억원, 에어부산은 30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들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을 한진칼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현 재무 상태로는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기에도 버거워보이는 만큼 현행대로 '한진칼 자회사 LCC' 형태의 계열사로 기업 결합·지배 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통합 LCC가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된다면 만에 하나 나중에 새로운 회사를 세웠을 때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가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며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LCC를 대한항공 아래에 둘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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