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SUV 새로운 포문…무서운 부스트
탄탄한 기본기에 고급스러움 듬뿍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제네시스가 2025년까지 내연기관 퇴출하고 출시하는 모든 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 등장시킨 신차 GV60. 국내 고급차 브랜드로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줬던 제네시스 만의 시선으로 완성한 고급 전기차 모델이다. 

제네시스가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해 출시하는 GV60은 최신 기술을 모두 품고 등장했다. 이는 제네시스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모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 /사진=미디어펜


지난 3일 제네시스는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네시스 GV60를 홍보하고 나섰다. 이런 GV60 직접 몰아봤다. 시승 코스는 가평군의 한 카페까지 고속도로와 지방도, 시내도로가 포함된 왕복 약 80km 구간이었다.

GV60는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물결 외에도 지금까지의 자동차들과 차별화되는 첨단 기능들을 곳곳에 담았다. 이날 제네시스는 행사 참석자들의 얼굴과 지문을 차량에 등록하게 한 뒤 스마트키를 회수했다. GV60이 자랑하는 첨단 기능 중 하나인 '페이스 커넥트'를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차 문이 잠긴 상태에서 도어 핸들을 살짝 터치한 뒤 B필러(운전석 옆유리 뒤쪽 기둥) 앞에 서니 숨겨져 있던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준다. 인식 속도도 빠른 편이다. 카메라 주위로 하얀색 조명이 두 바퀴 돌더니 연두색으로 변하면서 잠금이 풀린다.

정확한 위치에 멈춰 서서 얼굴을 인식시키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인식해 차문을 열어준다. 

스마트키 없이 시동까지 걸려면 지문 인식이 필요하다. 센터콘솔 끝에 위치한 작은 원(암레스트에 팔을 걸치면 자연스럽게 닿는 지점)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클러스터에 '인증되었습니다.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출시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크리스털 스피어'가 뒤집히며 변속 조작계가 나타난다. 이걸 손에 쥐고 돌려 전진과 후진을 선택할 수 있다.

매우 편리한 기능인지까진 모르겠으나 고급스럽고 미래차다운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것임은 분명하다. 일단 '옆좌석 동승자에게 자랑하기 좋은 기능' 정도로 정리해 두자.

시승 모델은 GV60의 3가지 트림 중 운전 재미에 중점을 둔 퍼포먼스 AWD 모델이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스탠다드 후륜(451km)에 비해 짧은 368km인 대신 출력과 토크를 높이고 부스트 모드까지 장착한 모델이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최대 출력 160kW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 출력 320kW, 최대 토크 605Nm를 낸다. 이는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합산 최고 출력 272kW)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의 막내 급에 속하는 덩치에 대형 세단을 가볍게 제치는 심장을 달았으니 달리는 재미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가속페달에 얹은 발의 각도를 넓히는 족족 속도를 끌어올린다.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 /사진=미디어펜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의 1열 인테리어. /사진=미디어펜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는 실내공간이 넓게 확보돼 있어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미디어펜

국내 고속도로 상황에선 여기까지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핸들에 달린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GV60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합산 출력이 10초간 360kW까지 늘면서 가속력은 주체할 수 없을 듯한 가속력으로 치고 나간다. 

혹여나 갑자기 빨라진 차의 움직임에 운전자의 몸을 고정시켜주기 위해 옆구리를 조이며 버킷시트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 준다. 

부스트 모드는 현대차의 N브랜드 고성능 버전의 기능과 달리 한번 사용 후 대기 시간 없이 몇 번이고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잔여 배터리 용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면 운전 재미를 매우 높여줄 만한 기능이다.

고성능을 맘껏 즐기기에 서스펜션 세팅이 조금 푹신한 느낌이 들지만, 급회전시에도 큰 불안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제동시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이 이질적인 게 보통이지만 GV60는 회생제동 컨트롤 패들시프트 기능을 장착해 이를 보완했다. 운전 상황에 따라 핸들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이 거의 없이 일반 고성능차 수준의 제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

짜릿한 가속력이지만 어딘가 부족함은 든다. 내연기관에서 느껴지던 걸걸한 엔진음이 없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타이칸과 같은 모터의 구동사운드라도 있으면 위안이 되겠지만 너무 조용하다. 

사운드 설정 메뉴를 뒤져 보니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란 게 있다. 그것도 강하게, 보통, 약하게, 끄기 까지 4단계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대가 커서인지 큰게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전기차가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때 나는 특유의 소리, 비행기 엔진음과 유사한 '위이이잉~' 소리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답게 푹신한 승차감에 잡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특히 소음은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모두 확실히 잡았다. 외부 소음을 덮어줄 엔진소리가 없는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하면 방음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아이오닉 5에서 선보였던, '화면으로 후측방을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차선 변경시 뒷차와의 거리까지 계산해 진입 가능 여부를 알려주니 안전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좌우 회전이나 램프 진입시 실사 화면을 바탕으로 진입 방향을 표시해주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초행길에서 만나는 컬러 주행유도선 만큼이나 친절하게 느껴진다.

실내공간은 준중형 SUV라는 차급을 감안하면 꽤 넓은 편이다. 전폭(1890mm)은 같은 차급의 투싼보단 넓고 중형인 싼타페보다 조금 좁은 정도다. 전장(4515mm)은 투싼보다도 짧지만 뒷좌석 레그룸은 한층 넓게 느껴진다.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의 트렁크에는 골프 캐디백을 적재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돼 있다. /사진=미디어펜
   
▲ 제네시스 첫 E-GMP 적용 전기차 GV60 후측면 디자인. /사진=미디어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축거(휠베이스)를 늘린 덕이다. GV60의 축거(2900)는 제네시스 브랜드 내 상위 차급인 GV70(2875mm)보다 길다.

뒷좌석은 사장님을 모실 정도까진 아니지만 동승자를 뒤에 앉히고도 군소리 안 듣고 장거리를 뛸 정도는 돼 보인다. 등받이는 뒤로 제법 큰 각도로 젖혀지고, 가운데 암레스트도 있다. 뒷좌석 후방 짐칸은 평균적인 준중형 SUV 정도다.

GV60는 여러 실험적 요소들로 얼리어답터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면서도 럭셔리 브랜드가 갖춰야 할 품격을 놓치지 않았다. 상위 차급으로 갈수록 거친 건 다듬고, 부족한 건 채우고, 과한 건 덜어내야겠지만, 제네시스 전동화 전환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로 나무랄 게 없어 보인다.

단, 럭셔리 브랜드인 만큼 '착한 가격' 까지 기대해선 안될 것 같다. 제네시스 GV60 가격은 세제혜택 전 기준 기본모델이 6379만3499원이며, 퍼포먼스 AWD를 추가하면 1050만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파퓰러 패키지 670만원, 비전루프 100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II 150만원,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190만원, 빌트인 캠 패키지 70만원, 차량 보호 필름 40만원 등을 더한 8839만3499원짜리 모델이 이날 시승용으로 제공됐다. 세제혜택을 적용하면 가격은 8299만8591원까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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