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 방한 간담회서 요금 조정 시사
넷플릭스 "콘텐츠 질 유지 차원…망 이용료 지불, 별개 문제"
SKB "콘텐츠·네트워크 상생 차원 글로벌 OTT 책임 보여줘야"
국회, 망 이용료 회피 금지 방안 모색…'배짱 영업' 철퇴 관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넷플릭스가 한국 내 구독료를 기습 인상했다. 수년 간 동결해왔고, 콘텐츠 질의 제고가 목적이라면서도 데이터 전송 망 이용 대가 지불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혀 기존 고객과 SK브로드밴드 모두 불만을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국회는 망 이용료 회피를 막고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어 이목이 집중된다.

   
▲ 넷플릭스 로고./사진=넷플릭스 제공

18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이날부터 한국 서비스 구독료를 전격 인상했다.

480p의 SD(표준 화질)를 제공하는 베이직 요금제는 기존대로 월 9500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720p·1080p·4K 등 비교적 고화질을 제공하는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기존 대비 스탠다드 요금제는 12.5%, 프리미엄 요금제는 17.2% 인상됐다.

새 가격 정책은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되고, 기존 이용자들 역시 구독료 청구일이 지나고서 새로운 요금 체계에 편입된다. 넷플릭스는 기존 고객들에게는 이메일로 구독료 조정 내역을 알릴 방침이고, 이용자별로 구독료 인상 30일 전에 자사 앱 알림을 통해서도 해당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최근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진출 5년이 넘었음에도 단 한 번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아 조정을 늘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한 적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배경으로 표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단 한 번도 가격 조정을 한 적이 없었고, 콘텐츠 투자비를 늘려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OTT 시장에서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업체들은 콘텐츠를 보강해 나가고 있고, 글로벌 미디어 최강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디즈니 플러스까지 진출하는 등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업계 내 피 터지는 파이 싸움이 더욱 격화되는 형국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어쩔 수 없이 올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외국에서도 국가별 구독료에 손을 대곤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스탠다드·프리미엄 요금제의 가격을 각각 월 12.99달러(한화 약 1만5350원)에서 13.99달러(약 1만6530원), 월 15.99달러(약 1만8900원)에서 17.99달러(약 2만1260원)로 상향한 바 있다. 올해 2월 일본에서는 베이직 요금제가 월 880엔(약 9110원)에서 990엔(약 1만250원)으로, 스탠다드 요금은 월 1320엔(약 1만3670원)에서 1490엔(약 1만5430원)으로 상승했다.

이용 요금제에 따라 미국에서는 7.7~12.5%, 일본에서는 10.9~16.9%의 요금이 오른 셈이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요금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점쳤으나 현실화 된 건 2016년 1월 국내 사업 개시 이후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넷플릭스는 각 국가별 물가 상승률과 소득 수준 등 각종 지표를 종합해 이용 가격을 매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조치에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입법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양질의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의 구독료를 인상했다"며 "당사는 회원들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구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아직까지도 SK브로드밴드와 송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망 이용료 소송에서 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항소의 뜻을 밝혔고, 9월 8일에는 항소 이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 조치로 민법상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측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뜻이 없다고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일 가필드 부사장이 간담회를 연 것과 관련, "넷플릭스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콘텐츠·네트워크 생태계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국세청의 세무 조사와 800억대 세금 추징도 받은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콘텐츠 퀄리티를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국회 역시 팔을 걷어부쳐 콘텐츠 제공자(CP)의 망 이용료 회피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넷플릭스의 '배짱 영업'에 철퇴가 가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외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해외 CP의 망 이용료 납부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