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적용, 대량 해고 사태 전철 밟지 말아야 
최저임금 인상, 고용 안정 전제 필요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인 김모(69, 남)씨는 고용불안에 잠을 설친다. 며칠 전 아파트 경비 외주업체가 바뀌기로 하면서 기존 경비원들이 전부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를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알게 됐다. 갑작스런 교체 소식에 경비원들은 자신이 쫓겨날 수 처지일 수 있다는 한탄과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섞인 불만들이 쏟아졌다. 김씨 역시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만두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자식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자신의 노후도 준비하지 못한 채 생계유지에 허덕이는 고희가 된 늙은 노동자일 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경비노동자 분신사건 해결과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기자회견에 참석한 경비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을 향해 잇단 임금인상 관련 발언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기 부양의 몫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격앙섞인 불만들이 쏟아진다. 

재계뿐만 아니다. 주유소, 아파트 경비원, 슈퍼마켓 점원 등 최저임금을 받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고용불안에 맞닥드렸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9일(민자사업 간담회)에도 "민자사업을 활성화해 투자가 회복회고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안상돼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통한 가계소비 촉진과 민간의 여유자금을 활용한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를 통해 유효 수요 창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D의 공포'에 휩싸인 우리경제를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전환해 기업 생산과 고용, 민간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참에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가속화도 노릴 방침이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오는 3~4월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등 노동제도 개편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월로 따지면 120만원 가량 된다.(주5일x4주x8시간). 여지껏 알려진 바에 의하면 6000원에서 1만원까지 다양한 인상론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보다 더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하위 20% 자영업자들이나 비정규직, 경력단절 엿은 사정이 다르다.

자영업자 역시 최저임금의 개념을 상실한 채 제대로 된 월급은 커녕, 최저시급보다 못한 금액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가며 갑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 아버지는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점주에게 "아들이 출근을 하지 않은거냐" 물었더니 "잠시 PC방에 갔다"는 답을 들었다. 의아해 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정을 물었더니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알바비를 줄이기 위해서 밖에 있다가 바쁜 시간대만 일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일명 알바깡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재정상태가 부실하는 것도 십분 이해할만한 대목이지만,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게 된다면 아예 알바도 하지 못하거나 또다른 편법으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오히려 영세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5명 쓰던 것을 2명으로 줄이거나 임금 상승분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덤터기를 할 수 있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치 않고 유예기간을 적용해왔다. 4년 뒤인 2011년 유예기간이 끝나자 전국에서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말아달라"며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량 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알바깡이 아닌 '경비깡'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퇴직자들의 취업에도 비상이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발당할 수 있으니 채용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임금을 올리면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지만 고용이 변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채 임금인상만 외치는 것은 복지비 지출을 늘리게 할 수 있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