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과 차별 두지 말라"…네이버·카카오, 연간 1000억 지불
계약 이행 문제, 국가 간 무역 분쟁 비화 가능성…의견 표명 거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에 데이터 전송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자국 ICT 기업들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당한 비용 청구라는 지적이 우세하나 자칫 국제 정치·외교·통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SK브로드밴드 측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협의석상에서 망 이용 대가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 대표 발언의 요지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 ICT 기업들에 대한 망 이용료 수취를 중단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는 전언이다.

자유 무역을 추구하는 USTR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콘텐츠 생태계 육성 차원에서 망 이용료를 물리면 안 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계가 있다.

700억원대의 채무를 진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는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 의무와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원고(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피고(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7월 15일 항소장을 냈다. 이어 9월 10일까지 항소 이유서를 내라는 법원 명령에 대해 제출 기한을 연장했다. 10월 국정감사를 피하고자 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9월 30일, SK브로드밴드는 민법상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해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사자 간 계약 이행 문제가 한-미 양국 간 통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압력 탓에 넷플릭스에 정당한 비용 청구를 하고도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료를 떼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 지난 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출입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4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외국에서 망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해외 업체나 한국 업체 모두 같은 여건 아래에서 (SK브로드밴드가) 당사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USTR 역시 한·미 FTA에 따라 미국 기업 또한 한국 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네이버·카카오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ISP)들에게 연간 700억~1000억원 수준의 전송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당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며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올해 9월 기준 1200Gbps로 약 24배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손실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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