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조수진, 선대위 회의에서 고성 오간 뒤 하루종일 충돌
선대위 안일한 인식에 우려 “후보만 매일 속이 타들어간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비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선대위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와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선대위 권한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21일까지 이어졌고, 둘 중 한명은 사퇴를 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조 최고위원에게 공보단의 업무태도를 지적하면서 "공보단장이면 대응을 좀 하라"고 질책하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말을 들어야 하냐,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받아쳤다. 고성이 오간 끝에 격분한 이 대표는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고 회의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국회 본관 앞에서 중앙선대위 장애인복지지원본부가 개최한 전국 릴레이정책투어 출정식에 참가 하였다./사진=미디어펜

당 안팎에서 당대표의 지휘를 면전에서 거부하고 반기를 든 것을 두고 선대위 운영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조 최고위원은 일부 언론을 통해 "현재 발생되는 일련의 상황은 모두 내 책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MBC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맞는 것을 지시했는데, 본인은 상임선대위원장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공개 발언하는 바람에 언성이 높아졌다"며 "후보 말만 듣겠다고 했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선대위가 필요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측은 이날 저녁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비방하는 유튜브 영상 링크를 일부 기자들에게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번 더 충돌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인으로부터 전달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쳐 화면을 공유하면서 "도대체 조수진 공보단장은 왜 공보업무에 집중 못하고 이준석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링크를 복수의 언론인들에게 전송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가 공개한 캡쳐 화면에는 조 최고위원이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하는 한 보수 유튜버가 만든 '이준석 황당한 이유로 난동, 정신 건강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사퇴시켜야'라는 제목의 유튜브 링크를 전송한 장면이 담겨있었다.

이 대표는 "아침에 사과하고 저녁에 도발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후보의 활동을 알리고 상대의 부적절한 의혹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해야지 이게 뭐냐"고 지적한 뒤 "그냥 알아서 거취표명 하시라"고 사실상 공보단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오후 11시20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링크를 받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출입기자 세 분에게 전달해드렸다"며 "이 대표에게 사과드린다.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당시 사진을 자리에 올려놓고 발언하고 있다. 2021.8.30./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대표는 21일 오전 “아침에 일어나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 해놓은 것 보니 기가 찬다”며 “후보자 배우자 문제도 이런 수준으로 언론대응 하시겠나. 더 크게 문제 삼기 전에 깔끔하게 거취 표명하라”고 재차 사퇴를 촉구했다.

또 복수의 언론에 “나도 떠나겠다”며 거취를 표명했다. 선대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조 최고위원의 반발 등 선대위의 기능 사실에 대한 결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대위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비해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선대위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제원 의원은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당 선대위가 후보를 위한 선대위인지 자기 정치를 위한 선대위인지 기가 찰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서는 “티끌만한 억울함도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한다”고, 조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의 뜻을 팔고 다니느냐”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도 "허구한날 자리싸움이나 하고 당대표 말도 안 듣겠다면서 면전에서 무시하는 이런 선대위가 과연 이번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 이렇게 선대위가 갈라져 각자 이해에 따라 움직이니 일사불란할 리도 없고 현안대처 능력도 없어 후보만 매일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선대위가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거는 필패다. 이러다 선거를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재명은 뛰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서 뭉그적거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