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금융 강화하고, 여성·노조추천 이사 등용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도 금융권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빚이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1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20개월 만에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과 함께 영끌·빚투족의 이자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국책은행은 사회공헌사업과 별도로 환경과 지배구조를 강화하며 ESG경영의 원년을 선포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뉴딜펀드와 친환경 녹색금융을 지원하는 한편, 여성·노조추천 사외이사를 기용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 특히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며 지속가능금융 로드맵을 마련했다. 

   
▲ 사진 왼쪽부터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 사진=각사 제공


◇친환경산업 지원 늘리고 녹색투자 원칙 지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올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렸다. 산은은 국내 기업의 친환경사업 전환을 위해 대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10월 기준 채권발행액은 총 20억 4000만달러에 달한다. 발행자금은 2차전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등 그린뉴딜 사업에 투입됐다. 특히 최근에는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시설 투자,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사업 금융주선, 2차전지·친환경소재 육성지원, 해저케이블 공장 증설지원, 친환경 선박 발주지원 등을 지원하며 친환경 녹색금융을 실천했다. 

수은은 연초 'K-뉴딜 중장기 전략보고서'를 발간하며, △수소에너지 △풍력·태양광 △2차전지·ESS △미래모빌리티 등 7대 중점 지원분야에 10년간 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특히 'K-뉴딜산업의 해외진출'을 기치로, 그린뉴딜 금융확대 등 친환경 여신 포트폴리오 강화, 여신지원시 ESG 기업 우대 등을 선언했다. 또 해외 원조국가를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산업에 대한 공동 금융지원에도 일조했다. 이를 위해 수은은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한편, 글로벌 ESG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기은은 연초 'IBK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매년 2000억원씩 5년간 총 1조원을 출자한다는 복안을 내놨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기은이 선정한 5대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국책금융기관과 함께 한국판 뉴딜산업체·ESG 실천기업을 대상으로 1636억원의 돈보따리를 풀었다. 자금은 신산업 외에도 에너지, 차세대 동력장치, 친환경소비재 등 ESG 관련 산업 군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들은 글로벌 기조에 발맞춰 녹색투자 원칙도 선언했다. 산은은 지난 6월 적도원칙협회 운영위원회 아시아지역 대표기관으로 선출돼 지난 10월부터 2년의 임기를 맡고 있다. 적도원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건설·운영과정에서 예상되는 환경 파괴 및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10개의 행동원칙이다. 

수은은 세계은행 산하 개발금융기관 'IFC'가 주도하는 임팩트투자 원칙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IFC 주도 임팩트투자는 사회적·환경적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기은은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가입과 함께 유엔 책임은행원칙(UN PRB) 서명기관으로 참여했다. 동시에 탄소회계금융 협의체(PCAF),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가입하며, 책임은행원칙에서 권고한 6대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기용, 수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화젯거리다. 특히 ESG위원회를 신설해 여성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긴 점은 눈에 띄는 행보다. 기은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ESG 기반의 경영체계 강화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6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은은 위원장으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정소민 사외이사를 기용했다. 이사회 내 유일한 여성인사다. 

수은도 지난 9월 이사회 산하 총 3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이사회 멤버로 여성 인사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원)장을 위원장에, 방문규 수은 행장과 유복환 사외이사를 위원으로 각자 선임했다. 또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별로 외부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국책은행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요구되는 '노조추천이사제'가 수은에서 채택된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수은은 노조의 추천을 받은 자행출신 이재민 전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이사 도입을 이뤘다.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보유해 노조에서도 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은과 산은은 아직 도입 미정인 상태다. 두 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대상이 아니지만, 압박이 커질 가능성은 다분한 상황이다. 특히 기은은 내년 3월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돼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