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숙원사업'…디지털 혁신 시작
"오픈뱅킹과 차이 모르겠다" 반응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양한 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현황·소비유형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지난 5일 오후부터 정식으로 시작됐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돛을 올렸지만, 서비스 시행 초기인 만큼 아쉽다는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지난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시범운영을 마치고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와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금융자산은 물론 자동차,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심지어 카드사 포인트까지 한 눈에 확인이 가능하고, 개개인에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재테크 프로그램을 지원 받을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는 이미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는 ‘숙원사업’이었다. 키움·하나금융투자·NH투자·미래에셋증권 등 4곳이 작년 12월부터 시범운영에 참여해왔으며,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공식 서비스 시작일에 맞춰 합류했다.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은 예비허가 단계에 있고 지난달 본허가를 획득한 현대차증권은 올해 안으로 경쟁 구도에 가세한다.

올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유독 ‘디지털 혁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착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따낸 미래에셋증권은 ‘올인원 투자진단보고서’라는 서비스를 통해 타 금융사의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능과 빅데이터 분석, AI기술을 활용한 투자진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통합자산현황 서비스와 금융 알리미 서비스를 내놓으며 금융자산 통계와 투자 기회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지난 5일부터는 보유 펀드 투자상품의 성과를 분석하는 투자성과리포트,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주는 ‘나의 소비 핵심 서비스’ 등의 서비스가 시작된다.

   
▲ 자료=금융위원회


아직까지 사업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마이데이터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함께 나온다. 우선 증권사별로 서비스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명칭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장벽’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해 보면, 자신이 이용하는 모든 금융사들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과정이 시작된다. 금융사들의 자산정보 연결을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약관 동의‧정기전송 여부‧전송기간 선택‧가맹점 및 사업자등록번호 정보 제공 동의 등을 해야 한다. 필수적인 인증 과정만 10여 개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민감한 개인 정보를 한 번에 금융기관들에 넘겨야 한다는 불안감이 이용자들을 망설이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각의 정보제공 동의 과정이 일반적인 금융소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이미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까지는 차별성을 느끼기 힘든 측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마이데이터가 증권사간 경쟁을 촉진하는 측면은 있겠지만 초기 단계의 여러 장벽들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증권사별로 각자 특화된 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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