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해진 제품 믹스, 일본 장벽 넘어서고 새로운 기회 창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북미 총괄 사장이 미국시장 가능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탄탄해진 제품믹스와 함께 경쟁력 있는 친환경라인업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차의 고급라인업인 제네시스 라인업도 시장에 등장하며 이상적인 제품라인업을 구축해 미국시장에서 일본의 벽을 뛰어넘는 기록을 새웠다.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북미 총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5일(현지 시간) '국제가전전시회'(CES 2022) 기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호세 무뇨스(Jose Munoz) 현대자동차 북미 총괄 사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동안 제품믹스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현대차이지만 지난해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근래 들어 현대차는 이제까지 중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며, 미국 시장의 트렌드에 기반하여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SUV였다. 한동안 세단위주의 포트폴리오는 현대차의 실적부진으로 부침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사이 현대차는 SUV 차종에 대한 신차 출시를 통해 제품믹스 개선에 성공했다. 투싼, 싼타페, 싼타크루즈 등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이런 현대차의 SUV의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의 약 65%에 이를 만큼 높아졌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서서히 판매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결과 현대차가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를 뒤따라가는 처지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위치가 됐다.  

실제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지난해 미국 판매량이 148만9118대로, 혼다(146만6630대)와 닛산/미쓰비시(89만9217대)를 앞지르며 역전에 성공했다. 토요타와 미국 현지 브랜드 3사에 이어 판매량 5위다.

CES를 위해 미국 LA에서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는 도로에도 현대차와 기아 마크가 흔하게 눈에 띄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토요타 다음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아시아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그룹 내 광고회사인 이노션과 협업할 것"이라며 "투싼·싼타크루즈·아이오닉 5·제네시스 모델 GV70·GV80 등이 큰 도움이 되고 있고 후에 출시할 GV60도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달라진 현대차 위상만큼 한국 브랜드 가치도 커졌다. 긍정적 선순환 구조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경쟁사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브랜드 강화를 위해 우리가 활용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기술 강국이며, 현대차 또한 J.D.파워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기술에 강점이 있다"며 "한국과 현대차는 최첨단 기술로 서로의 브랜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시장에서 이같은 실적을 달성한 다른 트렌드는 전동화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판매 중 친환경차(HEV·PHEV·BEV)가 전체 판매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그는 "지난해 BEV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며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트렌드는 '럭셔리'다. 현대차는 미국 뉴욕에 '제네시스 하우스'를 열 정도로 제네시스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효과도 명확하다. J.D.파워 소비자 지수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판매는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BMW나 아우디, 렉서스 같은 경쟁사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며 "SUV·친환경·럭셔리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쇼티지)와 물류 문제로 생산 차질을 겪은 점이다. 다만 그는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서는 대처를 잘했다"며 "본사에서 공급망 관리 및 생산 최적화를 잘 대응하면서 좀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고, 경쟁사 대비 생산 물량 손실도 적었다"고 답했다.

또 "팬데믹으로 인해 공장을 셧다운하며 영향을 받았으나 생산 공정 변경, 생산 가능한 부품으로의 조정 등을 통해 대처했다"며 소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점을 거론했다.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북미 총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앞으로의 변화도 예고했다. 지난해 발목을 잡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많은 주요 OEM 회사들이 타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도) 예외적이지 않고,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생산 부품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라며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전기차 시장 확대의 뜻도 내비쳤다. 충전 인프라도 확대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충전 인프라는 전치가 판매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고객들이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Electrify America'와 협업을 통해 구매 고객이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다. 현대차는 코나 EV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다른 모델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5' 출시를 앞두고는 충전 인프라를 갖춘 딜러만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딜러가 전기차를 팔고 싶어도 충전 인프라가 없으면 못 파는 셈이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 계획에는 UAM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같은 향후 사업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 전기차 생산 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생산 설비 확충 계획을 밝혔다.

리비안이나 루시드 같은 스타트업 경쟁사에 대해서는 "겸손하고 배고픈 자세로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더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정의선 회장님과 장재훈 사장님의 리더십 아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CES에서 선보인 전시 등 현대차는 모빌리티 부문에 있어 앞서고 있으며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있는 굉장히 강력한 그룹이며 미국에서 좋은 딜러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호세 무뇨스 사장은 "지금 현대차와 제네시스에서 일하는 것만큼 좋은 때가 없다"며 "미국에서 현대차를 이끌고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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