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번주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해 최종 입장을 낸다. 대한항공은 운수권 일부를 저비용 항공사(LCC)들에게 나눠줘야 해 울상을 짓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LCC들은 새로운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적 대형 항공사 합병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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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에 관한 결론을 내린다. 이날 △조성욱 공정위원장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비상임위원 4인 등 9인은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측 의견을 수렴, 세부 조건을 확정해 M&A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대한항공은 미국·유럽 연합(EU)·일본·중국 등 4개 필수 신고국과 영국·호주·싱가포르 등 3개 임의 신고국의 합병 승인을 받고 나면 1조5000억원 상당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은 양사 합병 시 독과점 노선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통합 대한항공의 운수권과 슬롯 일부를 국토교통부가 회수토록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하며 조건부 승인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공정위 심사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자산을 잃게 되는 만큼 특정 조건에 대해서는 반발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당초 경영진과 한국산업은행이 설계한 계획과는 다소 틀어져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통합 시너지를 온전히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양대 항공사 통합을 주관하는 국토부는 공정위 조치를 의식한 듯 최근 스위스 연방 항공청과 항공 회담을 갖고 2024년부터 양국을 오가는 지정 항공사 수 제한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대한항공 외에도 LCC들 역시 스위스 노선에 취항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토부는 향후 각국 정부 간 항공 회담을 통해 운수권을 적극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 노선'으로 통하는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간 운수권 중 일부 공급 좌석 수는 LCC들에게 분배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항공 관리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항공의 해외 노선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적용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항공업 특성상 노선·항공기 도입 인가 등 각종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규제 산업인 만큼 LCC들이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여건이 맞지 않으면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는 업종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장거리 노선에 대한 규제가 풀릴 수록 오히려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을 해소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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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김포국제공항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한편 LCC들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앞두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중대형기 787-9 드림라이너를, 티웨이항공은 A330-300을 3대까지 늘려 미주와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객 사업에 도전한다.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 보잉으로부터 737 화물기를 도입해 관련 사업에 힘쓴다. 또한 737 맥스 여객기를 들여와 중단거리 여객 사업에서의 우위를 다진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플라이강원도 지난달 국토부로부터 화물 운송 사업 면허를 취득해 강원 지역 물류 운송업에 진출한다.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외부로부터의 투자금 규모가 확정되는대로 올해 중 2대를 늘려 3호기까지 확충한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안에 10대까지 보유 대수를 확대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기재 도입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운항·정비 인력이 모자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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