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사망·중상해 등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강제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계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위법성·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동시에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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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 사고 후 노동부 여수지청 수사 담당 근로감독관들이 해당 사건에 착수해 현장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공장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치했다. 당국은 최고 경영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겼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달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인해 중대재해법 1호로 지목된 삼표산업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강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압수수색에는 중대산업재해 수사 담당·디지털 포렌식 근로감독관 등 45명이 투입됐다. 노동부는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 중대재해법은 작업 도중 사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을 당했을 경우, 3명 이상 질병에 걸렸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법인을 모두 처벌토록 한다.
이 법은 현장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시 회사 대표이사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 밖의 중대 재해가 생겨났을 때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을, 5년 내 같은 사고 때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이 가능토록 한다. 아울러 법인은 사망 사고가 나면 50억원 이하, 이 외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한다.
2019년 2월 노동부는 노동관계법 수사 매뉴얼을 발간한 바 있다. 이는 강제 수사를 전제로 만들어져 △형법 △형사소송법 총론 △체포 △구속 △압수수색 △통신 수사 등 세부 지침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법조계는 중대재해법을 노동 관계 법령으로 포섭할 경우 매뉴얼에 나와있는 각종 조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판단한다. 특히 수사 주체가 누구인지 나와있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수사권을 자체 특별사법경찰관리에 해당하는 근로감독관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대 재해가 발생한 현장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부가 권한 확대 차원에서 위법성·월권 소지가 있는 강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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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현장 근로자들이 헬멧을 쓰고 줄지어 서있다./사진=연합뉴스 |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근로감독관들은 체불 임금 산정과 같은 업무 수행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그 외 수사 영역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검찰청이나 경찰청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담팀을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진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재계는 안전 최고 책임자(CSO) 자리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중대재해법은 책임의 한계선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결국 수사의 칼 끝은 최고 경영자(CEO)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는 각종 기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매우 철저히 안전 관리를 해도 사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엄격히 적용해 기업 경영 위축을 불러오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처벌 일변도 정책으로 사고를 막자는 건 기업을 홀대하는 처사"라며 "최근 많은 이들이 건설사 대표이사직에 오르는 걸 꺼린다"고 했다. 손 회장은 "기업가들을 벌함으로써 막중한 부담을 지우는 건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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