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글로벌시장 재편 대응 위한 ‘통합부처’ 필요성 제기
“탄소중립 달성 서두를 필요 없어... 장기적 전략 나와야”
글로벌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공급망 구축이 산업을 비롯한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중국 무역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인한 수요·공급의 불균형 속에서 한국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새롭게 출범하게 될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과 관련, 글로벌 공급망(GVC) 구축,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 지방자치단체 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등의 주요 이슈를 점검하고 해법을 다뤄본다.[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산업발전의 키워드 ‘규제완화’와 ‘정부지원’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자주의 퇴조와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에 따른 기술패권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을 규제하는 ‘입법 남발’이 국내 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산업계의 위축 우려가 야기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겨냥해, 기업 활동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역할 분담 명확히 함과 동시에, 산업활동 보장해 줄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 산업연구원(KIET)이 1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산업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방안에 대한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소재 플라자호텔에서 산업연구원(KIET) 주최로 개최된 ‘산업 정책세미나’ 발제를 통해, “산업발전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가 관건이며, 이 같은 사회적 요구는 점점 강해질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산업과 제조업의 연계와 기업 활동에 대한 투자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투자가 활성화돼야 산업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전제하에, 민간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정부는 이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이 기본방향인데, 사고 하나 발생하면 국회에서 앞다퉈 입법한다”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사고를 정치화해 법을 만들어 기업 활동을 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또한 신기술이 들어와야 산업이 발전하는데도 불구, 기득권의 배척이 이를 어렵게 한다”고 언급하며 대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인한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이날 김 원장은 정부 부처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바이오헬스 산업이 제조업과 화학, 의학, 약학 등이 필요하듯이, 자율주행차가 산업통상자원부 힘으로만 되냐”고 반문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 부처간 융합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정부부처의 ‘플랫폼화’를 역설했다.

   
▲ 외환위기 이후 장기성장률 및 잠재성장률 둔화 추이./자료=산업연구원


김인철 산업연구원 부원장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면서 “한국산업은 현재 기존의 구조적문제(저성장 추세, 생산성 경쟁력 둔화, 좋은 일자리 부족)와 전환기 새로운 과제(디지털화, 그린화 등)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원장은 “한국 잠재성장률은 매년 1%포인트씩 감소하고 있고, 민간부문 성장기여도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업이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은 마땅히 이뤄야 할 과제지만,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환경부가 전담하고 산업부는 뭘 준비하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적으로 유럽연합(EU)가 지난해 7월 탄소국경제도(CBAM)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입법단계일 뿐이며, 러시아를 비롯해 EU내에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가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물론 탄소중립에 대한 준비는 해야겠지만 이렇게 급히 갈 것이 아니라,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범부처 협업을 통한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받아 장웅성 인하대학교 융합혁신기술원 원장 역시 “영국 같은 경우는 이러한 패러다임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만들었다”면서 “한국으로 치면 산업부, 과기부, 중기부, 환경부가 다 들어있는 것으로, 독일도 연방기업에너지국으로 통합관리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장 교수는 “기후위기, 에너지, 산업을 별개로 풀기는 어렵다”며 “탄소중립 등 글로벌시장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선 범부처 통합이 절실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이날 좌장을 맡은 나경환 단국대학교 부총장은 “대전환기를 맞아 국내 산업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치창출과 확장을 통한 새로운 산업발전의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며 “이러한 아젠다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통합기관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민동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기업들은 우리나라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를 물을 때, 정부는 이에 대답을 줘야한다”며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장관 자리가 하나씩 나오고, 수많은 정책들이 센세이셔널하게 이뤄지는 한국 정책에 대해 결코 우리의 경험은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