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한공 측의 '회생불가 항변' 인정되지 않아
국제선 26개·국내선 여객 14개 노선 슬롯⁃운수권 이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결국 대한한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못 박았다.   

지난 9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승인 결론에 앞서 전원회의를 연 뒤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지난해 12월 ‘양사가 결합하면 독점 노선 등으로 인해 시장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잠정 결론 낸 ‘조건부 승인’이 유지됐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회사 측이 주장한 ‘법적 예외 사유인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 결합’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결과, 양사 중복노선 중 △국제선 총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 총 22개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내외 화물노선 및 그 외 항공정비시장 등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노선에 대해서는 경쟁항공사의 신규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슬롯이란 공항의 처리용량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공항당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 또는 도착시각을 말하며,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로 양국 정부 간의 항공협정에 따라 운항횟수 또는 좌석수의 상한으로 총량이 정해진다. 

이와 함께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치대상 각각의 노선에 대해 운임인상제한 및 좌석공급 축소 금지조치 등을 병행 부과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결론 낸 '조건부 승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 위원장은 “이번 항공결합 건은 국내에서 대형항공사간 결합으로서는 최초의 사례며, 구조적 조치가 부과된 최초의 사례”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의 지속으로 항공수요의 급감 등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며, 외국의 주요국가들도 심사 중에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제한성이 문제되는 노선에 대해 부과된 이번 조치는 당해 노선에 경쟁항공사의 신규진입이 이뤄져야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데, 대한한공과 아시아나를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은 주로 저비용항공사(LCC)로,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실제 수요가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즉, 해외 항공사 배불리기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일각에서는 특정 항공사를 진입시키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항공여객 수요가 코로나19로 인해 20~3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각국이 시정조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노선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노선에 진입하려는 항공사가 없다면, 그대로 슬롯과 운수권은 당사회사(대한항공-아시아나)에 다시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정책관은 “현실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은 우리 국내 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으로 진입하는 데 좀 애로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슬롯이나 운수권을 배분할 때 외국항공사를 대상으로 차별적 조치를 내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심사완료 국가는 싱가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이며,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은 심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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