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우호 지분을 등에 업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강성부 KCGI 대표를 상대로 압승을 거둠에 따라 그룹 지배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매도해 쌍용자동차 인수 컨소시엄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
▲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26층 대강당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진칼 제공 |
23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칼은 오전 9시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10시 40분 경 종료했다. 이 자리에 조원태 회장은 불참했으나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주주총회장에서는 △제9기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주인기 선임의 건 △사외이사 주순식 선임의 건 △사외이사 류경표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최방길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한재준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이 원안 가결됐다.
한진칼 경영진은 당초 신성환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자 했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선정된 당사자가 자진 사퇴해 해당 건은 자동 폐기됐다.
KCGI의 특수 목적 법인(SPC) 그레이스 홀딩스가 제안한 서윤석 전 한국관리회계학회장 사외이사 선임과 전자 투표제 도입·이사 자격 기준 강화의 건은 찬성률이 각각 25.02%, 57.9%, 53.4%에 그쳐 모두 부결 처리됐다.
정관 변경 건은 출석 주주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 중 3분의 1 이상이어야 가결 처리된다.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과 찬성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이로써 조 회장의 완승이자 KCGI의 완패로 끝난 셈이다. 특히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79.9%의 찬성표를 받은 ㈜한진 사장 출신인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의 이사회 진입으로 조 회장의 친정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년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했던 KCGI는 이번에도 지분 싸움에 밀려 조 회장과의 표결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본인 포함 특수 관계인 21.27%, 델타항공 13.1%, 산업은행 10.58% 등 총 44.95%로 집계됐다. KCGI 측은 그레이스홀딩스 17.4%, 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건설 17.01% 등 총 36.47%로 나타났다.
델타항공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한 산은이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 돼준 셈이다.
석 대표가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조 회장은 "한진칼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그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2022년 경영 방침을 '그룹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지원 및 유동성 확보'로 정했다"고 했다. 또한 "수익성 중심의 그룹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회를 창출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진그룹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KCGI는 주총 전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주주 제안은 지분을 정리할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KCGI는 현재 쌍용차 인수를 위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상태다. 한진칼에 자금을 댄 산하 SPC들은 캐트홀딩스·캐롤라인홀딩스는 오는 26일 펀드 만기가 도래한다. 디니즈홀딩스는 이미 지난 13일로 끝났다.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을 경우 최대 2년까지 운용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같은 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6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남규 사외이사 재선임 건이 찬성률 84.06%로 통과됐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조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가·환율·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올해도 항공업계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진에어도 주총을 열어 박병률·곽주호 사내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을 가결시켰다. 진에어는 정관 상 사업 목적에 '기내식 제조 판매·기용품 판매업'과 '기내 의료기기 판매업(자가 진단 키트)'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이사회 내 위원회 명칭을 거버너스 위원회에서 ESG 위원회로 변경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