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고객 돈 찾아주려는 노력없이 재단 넘기기 급급
[미디어펜=김재현기자] 씨티은행, SC은행 등 외국계 시중은행의 휴면계좌 고객 돈 환급율이 1%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휴면예금 처분을 위한 휴면예금관리재단 출연율은 외국계 은행이 국내은행보다 훨씬 높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휴면예금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0~2014년말) 발생한 은행 휴면예금은 총 2671억7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911억6900만원은 고객에게 환급돼 집계된 환급율은 34.12%이었다.
나머지 1194억1900만원(44.7%)은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출연됐고, 565억8300만원(21.18%)은 은행이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작년까지 1760억600만원의 돈은 주인에게 되돌려지지 않은채 계속 잠자고 있다.
외국계 시중은행의 휴면예금 환급율은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SC은행의 환급율은 1.53%, 씨티은행의 환급율은 3.27%에 불과했다. 이러한 낮은 환급율은 고객 돈을 찾아주려는 노력보다는 보다는 휴면계좌를 처분하기 위해 휴면예금관리재단에 곧바로 출연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C은행의 재단출연 비율은 93.69%, 시티은행의 재단출연 비율은 81.16%로 은행권의 평균 재단출연비율인 44.7%에 비해 현격히 높다.
은행계좌의 경우 일정기간 입금거래와 출금거래가 없으면 휴면예금 계좌로 구분하여 거래가 중지되고, 지난 2008년 시행된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1항에 따라 금융기관은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예금을 재단에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내 시중은행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휴면예금을 바로 재단에 출연하기 보다는 일정기간 은행이 더 관리한다.
현재 2012년 대법원의 "거래가 없더라도 은행에서 이자가 지급됐다면 휴면계좌 소멸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인해 출연이 중단된 상태다.
한편 보험권의 휴면계좌는 은행권보다 규모가 더 크지만 환급율은 높았다. 최근 5년간(2010 ~2014년 6월) 발생한 휴면보험금은 총 7조3669억원이었으나 6조3480억원이 주인에게 반환돼 환급율은 86.17%에 달했다.
이러한 은행권과 보험권의 환급율 차이는 외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고객 돈 환급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외국계 은행의 수익 지향적 태도가 낮은 환급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은행이 일정부분에서는 공적인 역할도 수행하는 만큼 국민들의 권리를 찾아주려는 노력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계 은행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은행권의 환급율이 다른 업권보다 낮다"며 "은행권의 무사안일주의가 이러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