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대규모 지출구조조정 '불가' 입장 고수…민주당 "문정부 예산 손댈 수 없다" 강경
물가상승·금리인상 막기 위해 추경 규모 줄여 긴급 업종부터 순차 보상하자는 대안 떠올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축소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선 지난 28일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추경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그 규모와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2차 추경은 현 정부와 윤 당선인측이 풀어야 할 문제로 남게 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세출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대통령 취임 전 추경을 편성하자'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이에 대해 소십조원 단위의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확대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기재부는 더 이상 국채 발행 등 빚을 내서 추경할 수 없다는 보수적 입장을 내걸고 있다.

지난 2월 1차 추경에서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기대했던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했을 정도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9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 간사단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 제공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경에 따른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 피해 규모가 큰 업종부터 순차적으로 보상하자는 대안이 거론된다.

지난 26일 열린 인수위 워크숍에서 김형태 김앤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윤 당선인 등을 앞에 놓고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며 "급격한 물가상승과 불안 고조가 문제다, 재정건전성은 최근과 같은 위기 시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형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정부부채는 선진국 대비 낮지만 향후 4~5년간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과도한 국가부채는 경제가 어려울 때 독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또한 2차 추경에 대한 속내를 뜯어보면 윤 당선인측과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경 규모와 재원 마련에 대해 민주당 키를 잡고 있는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50조원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국채 발행이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해 오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스스로 어디에선가 깎아야 하는데 그러면 이게 일종의 자기부정이 된다"고 부정적으로 보았다.

김 정책위의장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2차 추경안으로) 50조원은 많아 보인다"며 "우리가 보기에 대략 30조원 안팎이면 가능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 또한 31일 본보 취재에 "현 정부 내 2차 추경을 50조원 규모로 하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 핵심 사업인 '한국판 뉴딜'에만 올해 33조원 넘게 배정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집행을 늦출 수 있겠는가? 기재부든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나 인수위 추경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향후 '여소야대' 정국이 예고되어 있는만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협치의 묘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여야는 다음달 5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개최한다. 본회의에서 2차 추경안 마련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원 규모와 마련 방안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기재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간 협의가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