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회사 착오로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을 팔아치운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증권 직원들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혐의를 받은 구모(41)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판시했다. 함께 기소돼 2심까지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담자 7명의 처벌도 유지했다.

이들은 삼성증권이 2018년 4월 우리사주에 ‘주당 1000원’ 대신 ‘주당 1000주’를 주는 배당 사고를 내자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당시 배당 사고로 발행된 '유령주식'은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배 뛰어넘는 28억1295만주(직전 거래일 종가 기준 111조9000억원 규모)였다. 주식이 잘못 입력된 직원 중 구씨 등 일부가 매도에 나서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단, 주식 거래 체결 후 3거래일이 지난 뒤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매도 금액이 실제 입금되지는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본질인 금융업 종사자들이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했다"며 이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구씨 등 2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다른 2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4명에게는 벌금 1000만∼2000만원을 각각 선고한바 있었다.

구씨 등은 2심에서 "오인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해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은 불법적이거나 부정한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매도 주문이 실제로 이어지지는 않아 회사가 피해를 보지 않았으므로 배임도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18년 발생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은 단순히 몇몇 직원의 일탈이 아닌 자본시장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며 큰 충격을 줬다. 결국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사태의 책임을 물어 삼성증권에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했고, 구성훈 당시 삼성증권 대표는 사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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