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핵보유국 지위’ 강조…대내 ‘자위권 정당화’
박원곤 “핵전략 일부 공개, 전쟁 초기 핵전쟁 확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4일 이틀만에 또다시 담화를 내고 남측의 선제타격 발언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틀 전인 2일자 담화에서 자신들은 ‘핵보유국’이라고 강조한데 이어 이번에는 ‘대남 핵공격’을 공개 거론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남조선은 우리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미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향후 북한의 무력도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도 북한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 2면 상단에 게재돼 대·내외용으로 풀이된다. 대내적으로는 자위권을 정당화해서 경제보다 국방력 투자에 대한 명분을 얻고,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 남조선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 핵전투무력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면서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인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피포위 의식’ 고취와 ‘자위권 강조’를 대내·외에 선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먼저 “북한이 남한의 선제타격 발언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 의한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점을 강조해서 북한주민을 결속시키고, 국방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정당화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북한주민이 겪는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은 또 자신들의 무기개발이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변했다”면서 “이번 담화도 이중기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한국과 미국 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을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핵전략의 일부를 공개했다”며 “선제공격은 없지만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장기전을 막으면서 자신들의 군사력 보존을 위해 핵전투무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의미는 북한이 핵을 최후수단으로 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핵전력을 전쟁 초기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남북 간 사소한 충돌로 야기된 군사 분쟁이 쉽게 핵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향후 한반도에서 사소한 군사 충돌도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연락통신선도 중단과 복원이 반복된 상황에서 사소한 실수나 오판에도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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