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현행 금융소비자 경보 효과 분석, 60대 이상 고령층 피해 오히려 증가
[미디어펜=김재현기자] # 최모(65, 여)씨는 남편과 아들부부간 가정불화로 기분인 심란한 가운데 친구를 따라 홍보관에 갔다. 그 곳에서 판매자는 판단능력이 흐려진 최씨에게 무이자 할부라는 미끼로 상품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최씨는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이 허리 아픈데 좋은 프로폴리스, 뼈와 무릎을 튼튼하게 해주는 상어연골, 정력에 좋다는 천삼, 이온온수기, 전기매트 등 수 천만어치를 구매했다.
#김모(67, 여)씨는 지난해 1월 '사이버경찰청 수사관'이라는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수사관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이 개설됐다며 범인을 검거하려고 하니 당장 은행에 가서 통장의 돈을 수사관이 알려주는 계좌로 전부 입금하고 폰뱅킹 등록을 위해 ID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수사관의 말은 믿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수사관을 사칭한 금융사기꾼이었다. 김씨는 나중에 이를 수상히 여겨 은행에 지급정지 조치를 했지만 이미 계좌에 있던 1억원 중 7000만원이 빠져나갔다.
|
|
|
▲ 금융감독원은 5대악을 포함한 각종 금융범죄와 금융사고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현행 금융소비자 경보제도를 전면 개편해 보다 체계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미디어펜 |
금융당국이 금융범죄와 금융사고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소비자 경보를 발령해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고령층의 피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경보제도는 지난 2012년 5월 금융감독원 내에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신설되면서 '금융소비자 정보도우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상담·민원동향 분석을 통해 민원이 급증하는 등 소비자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즉시 보도자료, SNS 등을 통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소비자상담 건수는 2010년(1만4573건)에서 지난해 3만5789건으로 2.5배 급증했다. 고령소비자 상담비율이 2% 수준에서 4.2%로 급증한 결과다.
서울시의 고령 소비자 피해실태조사결과를 보면 홍보관 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대출사기, 상조사기, 효도관광 및 경로잔치 사기, 투자 사기, 공공기관 사칭 사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원내에 금융관련 피해와 민원 접수 등을 통해 국민들의 금융피해가 확산될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경보를 발령한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경보를 19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신용카드깡, 휴대폰깡은 물론 낮은 금리 대출로 전환시킨다며 돈을 가로채는 금융사기, 보이스피싱·피싱 등 금융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 관련 피해 사례를 전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국민 예방 홍보를 함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피해는 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경보를 통해 피해확산과 홍보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금융소비자 경보를 발령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30, 40, 50대의 피해는 줄고 있어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하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아무리 소비자경보를 TV, 라디오, 신문 등 전파나 홍보매체를 통해 알리더라도 어르신들이 피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경보를 확인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날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대국민 경보 발령의 체계적 운용 방침을 전했다. 현행 금융소비자 경보제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기존의 대언론을 통한 홍보 외에 다양한 경보 전달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특히 노인층 등 취약계층별 적합한 홍보전략을 수립·시행한다는 복안이다. 현행 금감원은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와 협의해 소비자경보를 전달하고 이를 지자체에 알린 후 노인돌봄사업과 대한노인회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1대1로 알리는 협조 라인을 구축하는 체계적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물론 금감원이 어르신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최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금융사기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인원 운용에 있어서 제한적인 만큼 관련 부처화의 협업으로 고령층에게 맞춤형 홍보 전략 수립에 이르렀다.
노인돌봄사업을 통해 독거노인에게 방문해 이를 알리거나 대한노인회를 통해 경로당 등 직접 어르신들에게 금융범죄와 사기 등을 자세히 이야기 해 줄 수 있도록 해 금융소비자 발령 효율화를 위한 세분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이 취약계층별 적합한 홍보전략을 수립하더라도 금융범죄, 금융사기 피해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상세히 설명하고 대처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같은 노력에도 고령층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현행 관련 부처와 해왔던 홍보 라인을 좀더 세부적으로 구축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고령층 금융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들, 딸 자제분들이 부모에게 직접 금융사기의 피해를 전달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금융사기 피해는 자신 스스로 예방하고 지켜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금융범죄에 대해 꼼꼼이 설명한 적이 있는지 돌이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