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매수권자 정해놓고 경쟁입찰 진행
안정성 보장·경쟁 유도 효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본격적인 재매각 절차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에 다양한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업계의 이목이 재집중 되고 있다. 

이번에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인수전은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의 2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우선 매수권자)를 정해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이번 주 내로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수 예정자를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인수 예정자와 인수 금액, 조건 등을 협의하면 '조건부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다시 본입찰을 진행한다.

만약 입찰 과정에서 새로운 인수 희망자가 조건부 투자 계약에 명시된 것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조건부 계약이 해제되며 인수자도 바뀐다. 인수 예정자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희망자가 없으면 기존의 조건부 계약이 유지된다.

쌍용차가 스토킹 호스 방식을 택한 건 매각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 매수권자를 마련한 상태에서 본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입찰자가 없어도 매각할 수 있다. 경쟁을 유도해 매각 조건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는 10월15일까지 법원에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우선 매수권자를 확보해 매각에 속도를 내려는 목적도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도 스토킹 호스 방식을 채택해 지난해 부동산 개발업체 성정을 새로운 인수자로 맞이한 바 있다.

스토킹 호스에 참여할 후보자는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사실상 인수전은 2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사모펀드와 다른 기업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만, 두 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력 측면에서는 KG그룹이 경쟁 후보를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KG그룹은 국내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인 회사로 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 63위로 올라선 대기업 집단이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4조9315억원, 영업이익은 4671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3700억원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당시 협력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 자금 조달도 준비 중이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 다만, 그룹 매출 규모와 최근의 적자를 고려하면 KG그룹보다는 자금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림의 지난해 매출은 1884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이다. 광림과 함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243억원), 나노스(514억원), 비비안(1878억원)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 규모는 4000억원가량이다.

광림은 "4500억 원의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완료했다"며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 제의가 이어지고 있어서 향후 자금 확보도 안정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사 모두 인수자금 조달을 자신하고 있지만, 정상화 과정과 부채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부채와 운영자금을 포함하면 쌍용차 인수에는 최소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이후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년 3000억 원가량의 운영자금도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KG그룹의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쌍방울그룹과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조직 내 고난도의 경영 해법이 만들어 내야되는 중요한 임무를 띄고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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