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정의 팩트 있어야" 발언, 정호영 논란에 기름 부어
"국민 눈높이서 지켜본다"지만…불법 아닌 불공정, 높아진 국민 상식에 답해야
   
▲ 김규태 정치사회부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불법적인 행위는 물론 없었고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떳떳하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밝힌 발언이다. 정호영 후보자 자녀 특혜 의혹의 여파가 새 정부 출범의 정당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정작 자신의 40년지기 측근의 의혹에는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 오가는 얘기들은 무수히 많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타이밍에 대해 다른 장관들의 인사청문회 방탄용으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당 내부에서 후보직 사퇴 주장이 나온지는 몇일 지났다.

국회 다수당으로 정 후보자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웃음을 감추지 않을 정도로 정 후보자의 청문회 강행을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논란에 기름을 부어버린 것은 윤석열 당선인 자신이다.

윤 당선인은 대변인 입을 통해 정 후보자 거취 결정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사안에 법의 잣대만을 들이민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지난 19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법률가일수록 지나치게 법의 잣대를 대는 데서 달리 생각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현명한 자세"라며 "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은 다르다, 법률적 판단을 해서는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등 2차 내각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문제의 핵심은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시각과 기준이 몇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이다. 불공정 논란에 한번이라도 빠져버리면 헤어나올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동일한 사례가 아닌) 이번 정호영 후보자 논란이 오버랩되는 것도 같은 지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이번 사안의 경우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파문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듣는 이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오히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쳐내기에 바빠, 지금과 같은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자유민주주의 기치를 내건채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프레임으로 정권 교체 주역이 됐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정권에서 훼손된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 달라는 점이다. 정부 출범 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야말로 윤 당선인이 피해야 할 대목이다.

정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이해충돌, 편법 악용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만으로도 상식적이지 않다.

5월 3일로 전망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정 후보자는 난도질 당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나서더라도 민주당의 공세와 국민의 낙인 찍기를 이겨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 후보자와 그의 자녀를 위해서라도 윤 당선인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