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근 미국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중국 위안화, 특히 세계 최초의 '디지털 위안화'의 진격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기축통화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가 관심사다.
지난 80년 간 유지됐던 미 달러화의 패권은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를 계기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의 미 달러화 표시 외환보유액을 동결시켜, 러시아 루블화 가치를 폭락시키고 러시아를 디폴트 위기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다른 나라들을 '공포'에 빠뜨려, 같은 운명을 피하려고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미국의 '달러 무기화'가 '달러 지위의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고, CNN이 전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로 인해, 국가 간의 교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통화 블록'이 출현할 수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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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달러화/사진=연합뉴스 |
IMF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화의 비중은 지난 1999년 71%에서 지난해 59%로 하락, 최근 25년 만에 최저치였다.
달러화의 빈 자리의 4분의 1은, 중국 위안화가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대금의 달러 아닌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오랫동안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에 공을 들여 온 중국은 요즘 디지털 위안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소매 전용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정식 발행을 위한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포용성 강화, 소비결제서비스의 공정한 경쟁과 효율성 향상, 국경 간 지급결제서비스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은 위안화가 마 달러화의 '호적수'가 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국제 결제에서 달러의 비중이 40%고, 위안화는 3% 수준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축통화가 되려면, 유동성과 희소성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며 "유동성은 기축통화를 해외로 내보내 다른 나라들이 쓸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무역적자를 감내할 수 있고 다른 나라가 아닌 자국 채권을 타국이 사줘야 한다. 경제력 뿐 아니라 군사력도 갖춰야 달성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희소성에 대해서는,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지난 1971년 '브레튼우즈 2' 체제에서, 달러가 석유와 교환되는 유일한 통화라며, 이를 확보하려면 유동성이 전제 돼야 하고, 현재로는 달러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전망하면서, 변한다면 2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석유가 아닌 다른 상품의 결제를 달러에 연동시키는 '브레튼우즈 3' 체제 출현, 혹은 1930년대 처럼 달러화 단일 기축통화 체제에서 다수의 '블록 통화' 체제로의 변화다.
1930년대는 영국 파운드화 중심 체제가 쇠퇴하고, 미 달러화가 부상한 시기다.
다만 안 연구원은 "개발도상국들이 미국보다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면,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지역통화'(블록 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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