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먼저 ‘친서 교환’ 공개하면서 대내용 노동신문 게재 안해
문대통령 “대화로 대결의 시대 넘어야” 南차기정부에도 당부
“퇴임 후에도 평화 위한 마음 함께할 것”…北이 文발언 소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일 서로 ‘정상 친서’를 주고받고 신뢰를 표시하면서 앞으로도 노력하면 남북관계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 사실을 북한이 먼저 22일 오전 신속하게 보도했고, 청와대도 잇따라 브리핑을 열어 국민에게 알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이 굉장히 신속하게 보도를 해서 저희도 상응한 그런 발표와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남북이 사전에 친서 교환 사실 발표를 논의하거나 합의한 사실은 없어 보인다.

다만 북한은 북한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관련 보도를 싣지 않았고,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발표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의 이번 친서 교환 발표는 대외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인사와 신뢰 표시 외에도 교착 상태에 빠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관계 진전이 어려워 보이는 남한의 새정부에 대한 견제를 담은 것이다. 

친서를 먼저 보낸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약속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9.19군사합의를 언급하며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도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데 대해 회억(회고)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남북대화가 희망했던 곳까지 이르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했고,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우려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북남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할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혀 문 대통령의 향후 역할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관련 질문에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한반도 평화·통일·비핵화·민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국민 한사람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조선중앙통신은 모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남북이 노력한다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발전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하면서 "남과 북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은 이날 판문점 인근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2018.4.27./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이번 친서를 통해 지난 수년간 김 위원장의 대화 노력을 회상시키면서 대결 구도로 흐르는 지금 상황을 평화 행보로 되돌리기를 원하는 당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정부에 대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북한과 차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당부를 모두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화답하면서 남북 정상간 합의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남한의 차기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방향 제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화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정상친서 교환이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이뤄진 만큼 남북 정상간 신뢰만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도 재인식하게 됐다”면서도 “친서교환을 통해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남북 간 최악의 충돌을 막는 완충장치로서 큰 의미가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발표 내용을 분석해보면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남북 정상이 친서를 통해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동시에)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면서 선제타격까지 언급한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 강경 입장을 대조시켜 한국사회의 남남갈등을 촉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을 보도한 다음날인 23일 북한의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을 겨냥해 한미 양국의 한반도 핵전쟁 준비가 완료 단계에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친서 교환에도 당장 대외 강경 기조를 바꿀 의사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이 매체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리기 위한 미국과 남조선군의 사전 준비가 완료형에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현실은 남조선 미국 합동군사연습의 일상화가 핵전쟁 발발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으며, 따라서 그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과 엄중성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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