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경찰에만…위헌성·국민피해 구제문제 달라진 것 없어
무혐의 처리에 불복수단 없고 사건처리 지연해도 재촉 못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아무리 검찰이 미워도 민생 사건 서민 사건에서 검찰이 기소 전에 최소한의 증거 수집과 보완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것, 경찰로 집중되는 수사권을 통제할 수 있는 역할마저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은 국민(특히 피해자)이 겪는 고통이 너무나 커진다." (김예원 변호사)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의 문제가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는 28일, 늦어도 29일 개최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논의가 시작된다.

   
▲ 4월22일 오후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안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박병석 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사진=미디어펜

검수완박 법안이 중재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전체 사건의 99.99%에 해당하는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다.

이 점에서 형사소송법 학자 등 법조계는 국민 수 백만 명 잠재적 피해자들의 구제 문제가 달라진 것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중재안 합의가 서로 검찰이라는 칼을 들이밀지 않기로 한 여야간 '야합'으로 비판받는 지점이다.

장애인, 아동 등 취약계층 피해자에 대한 공익 변호사로 유명한 김예원 변호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 중재안"이라며 "중재안이라고 내 놓은 것이 1%도 안되는 권력형 범죄만 딜의 대상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변호사는 "99% 서민사건 민생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통제 방안은 전무하다"며 "과잉 또는 부실수사 전반에 대한 통제와 인권옹호기능은 전혀 보완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인권이사인 김정철 법무법인우리 대표변호사 또한 이번 중재안에 대해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사 수사권이 없도록 되어 있는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어떻게 하냐"며 "수사권이 있어야 보완수사를 하는데, 압수수색도 구속도 못하는데 무슨 보완수사"라며 한탄했다.

특히 김정철 변호사는 "중재안 통과되면 수사는 당연하고 형사 법정은 거의 멈출 것"이라며 "경찰의 구속은 위헌적 형사소송법 규정에 기인한 것이므로 위법한 구속이 될 것이고, 위법한 구속에 이은 피의자신문조서는 모두 위법수집증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압수 또한 위헌적 규정에 따른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한 위법한 압수가 될 것이므로 그 압수물은 모두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증거능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소시민의 경우 조금만 잘못해도 너무나 쉽게 경찰에서 철처히 수사하여 처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를 입고 가진 것을 빼앗겨도 가해자가 고위공직자이거나 권력자, 그 권력자에게 뇌물을 바치며 기생하는 돈 많은 사기꾼이라면 그들을 처벌할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고 예고했다.

서울지검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23일 본보 취재에 "정치권 사건 맡은 극소수의 검사 제외하고 대부분의 검사들은 일반 민생사건 처리하면서 억울한 사람 없도록, 경찰 수사에 억울한 사연 생기거나 억울한 사연이 덮일까봐 경찰 기록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검찰 전체를 적으로 보고 이번 중재안에 합의하고 입법을 밀어붙일 생각인데,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명감 하나로 주말이나 밤낮 없이 경찰 기록 뒤져서 봤던 대다수의 검사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민이든 누구든 피해자라면 밤잠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분들일텐데, 피해자만 생각하면 검사들은 더 잠 못 이루고 어떻게든 애써왔다"며 "0.1% 한줌도 안되는 정치사건 처리 때문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민생 사건은 완전히 버리려는게 이번 여야 중재안의 속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여야가 이번주 열리는 법사위에서 세부 법조항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고는 하나, 이번 중재안을 바꿀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다. 여야의 탐욕에 형사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만 억울한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