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카메라 세팅하고 온종일 기다려도 오지 않는 '빛'.
야속한 마음에 사진기를 투석거리는 저녁 무렵 큰 스님이 오신다.
부처님 길 사려 밟으시니 오롯이 빛이요 향기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사방으로 나투신 부처님에게 예를 올리시는 큰스님.
순간 세상 고요하다.

​놓칠 수 없는 장면이나 큰스님의 아우라에 차렷한 나를 본다.
눈은 말똥말똥 마음은 콩닥콩닥.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와“그래도 찍어야지”가 아우성친다.

전에 김녕사에서 습관적 촬영을 나무라신 스님의 말씀 
"이제는 찍어야지"에 용기를 낸다.

눌렀다. 
정말 ‘꾹’ 눌렀다.
‘철커덕’하는 셔터 소리가 천둥으로 울린다.
화들짝 놀란 나를 본다.
큰 스님은 미동도 없으신데····. 

   
▲ 산 넘고 물 건너 경내에 들어온 보름달이 유난히 크고 밝아 처사님이 그만할 때까지 담았다. 하늘 공간을 왜 많이 넣었는지 그 마음은 '끌림'이었다. 300mm,1/10초,F6.3, ISO800 ©김상문 기자

​“달은
수줍음을 타는 듯
자주 구름 속에 숨는다.

초발심의 수행자도
달처럼 수줍어하며 수행하라”
- 잡아함경 중에서 -

나도 모르게 한 장 담고 “나무 관세음보살” 또 한 장 담고 “나무 관세음보살.”
허상에서 실상으로 나온 느낌에 유사 깨달음이라도 좋았다.
달밤이 유난히 환하다.


                                                                                                       
 
[미디어펜=김상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