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재활용 공제조합 설립 신청 4차례 반려…"소통·협의 없는 일방적 입법예고로 압박하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환경부에게 태양광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관련해 체결한 업무협약(MOU) 해지 의사를 표명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협회와 업체들이 지난 2년간 신청한 태양광 재활용 공제조합 설립을 반려했으며, 최근 에스에너지·한화·한솔 등의 업체가 방문했을 때도 '탄탄한 재정' 등의 조건을 확보한 단체에게 허가를 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그간 4차례에 걸쳐 조합 설립을 유보하는 등 준비과정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시스템과 재정을 갖춘 기관에 재활용사업권을 준다는 것은 이미 환경부 지원을 등에 업고 시스템을 갖춘 산하기관을 위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 충북 진천 소재 태양광재활용센터/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특히 "태양광 폐모듈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운영 주체와 분담금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환경부가 소통과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 입법예고로 업계를 압박하고, 노골적으로 자기 식구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월3일 환경부가 '태양광 재활용 의무 미이행 부과금'을 입법예고했으나, 태양광 패널 재활용 의무 이행방안 및 부과금 단위비용 산정기준 등 구체적인 사안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분 진천 소재 태양광재활용센터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유리·알루미늄·실리콘·구리·은을 비롯한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최대 3600톤의 폐모듈을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28년 1만톤에 달하는 폐모듈이 나온다는 점에서 민간의 역량이 더해져야 하고, 국내 모듈 생산 용량의 99%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협회를 통해 공제조합 설립에 동참했음에도 이를 반려한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앞서 2018년 1월4일 태양광재활용제도 시행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면서 태양광패널 재활용 단위비율과 회수 단위비율을 각각 킬로그램(kg)당 1696원·433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협회는 이를 합친 2129원이 당시 와트(W)당 500원 상당인 국산 태양광패널 원가의 23.65%에 달하는 118.27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W당 수익이 5원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게 파산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전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환경부가 이후 1년간 EPR 제도 도입을 요청함에 따라 협약을 체결했고, △산업계 부담 최소화 △협회 중심의 용역·실증·재활용사업 추진 △국내 산업생태계 강화 기여 방향 등의 약속이 맺어졌다고 밝혔다.

   
▲ 경북 청도군 매전면 국도 인근 산비탈에 쏟아진 폐태양광 모듈을 치우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협회는 이같은 협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았고, 태양광 모듈 재사용을 배재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원순환과 절약 및 국산 모듈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는 재활용과 재사용 모두 이뤄져야 하지만, 재사용 가능한 모듈도 재활용 분야로 흡수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제품의 경우 수명(20년)이 지나도 재사용이 가능하고,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2033년까지 발생할 폐모듈의 80% 재사용시 39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과의 원가경쟁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부정책에 힘을 싣고자 대승적으로 협약에 나섰지만, 3년간 목도한 것은 환경부의 협약위반과 일방통행이었다"라며 "업계에 돌아온 것은 환경부에 대한 불만과 실망 및 분노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EPR MOU 협약의 효력은 상실된 지 오래됐고, '환경과 산업을 살리는 제도설계' 등의 협약 정신도 철저히 무시됐다"면서 "협약서 제7조 제1항 제1호에 의거, 협약 해지를 서면 통보할 예정으로, EPR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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