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막 부정부패…대장동·공흥지구·오등봉·부산 엘시티서 해먹었다" 발언 일파만파
'민주당 텃밭' 인천계양을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되면 '불체포 특권' 보장
국힘 "책임지려면 선거 나갈게 아니라 성실히 수사 받으라"…안철수 "일 저지른 뒤 도망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온 몸이 막 부정부패로 대장동에서 해먹고, 공흥지구에서 해먹고, 오등봉에서 해먹고, 부산 엘시티에서 해먹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지만 지난 3월 펼쳐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전 경기지사)가 8일 자신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겨냥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재명 상임고문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방탄용'으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상임고문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불체포 등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특권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 제44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고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

실제로 인천 계양을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전 당대표의 지역구로, 수도권에서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오히려 이날 열린 공식 출마 선언 자리에서 상대편을 향해 강하게 발언하고 나선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5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6월 1일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상임고문은 이날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온몸이 오물로 덕지덕지한 사람이 도둑 막아보겠다고 열심히 하다가 튕겨서 먼지 좀 묻었다고 나를 도둑놈으로 몰고 그러면 이게 상식적인 정치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정치가 상식과 양식에 기초해야 되는 것" 이라며 "자기 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자기는 들보가 이렇게 났는데 남의 눈의 티끌을 찾아서 막 공격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 상임고문은 이날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해 "얼굴이 두꺼워 자기가 잘못한 것인 줄 모르고 옆에 몇 사람 속아주니까 온 국민이 속는 줄 알고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한다"며 "그게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국민 집단지성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상임고문이 지적한 대장동의 경우, 자신이 지난 대선기간동안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해온 내용이다.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동안 벌어진 개발사업에서 특혜 비리 의혹이 일어났지만 이를 국민의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흥지구는 윤 당선인의 장모와 관련된 의혹이고, 오등봉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가 제주지사 당시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이날 이 상임고문의 강경 발언에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하더니 대장동을 등지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꼬집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 상임고문을 겨냥해 "대장동 의혹은 물론 법카 사적유용, 공무원 갑질,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대선 기간 불거진 수많은 의혹에 대한 소명도, 제대로 된 사과도 한마디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허 수석대변인은 "진정으로 책임의 길에 나서고 싶다면, 선거에 나갈 것이 아니라 성실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 철새처럼 누가 봐도 민주당 양지인 지역으로 떠나놓고, 출마결심을 밝히는 선언문 시작부터 국민의힘 핑계를 대고 있다"며 "국민이 이미 선택하셨고 대선의 결과로 엄중히 심판하셨음을 진정 모르는가"라고 맹폭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5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6월 1일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선언을 하기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또한 8일 오후 경기 성남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이 상임고문을 겨냥해 "분당과 성남 주민들께서는 전임 시장과 도지사 등의 법적ㆍ도덕적 타락으로 인한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자이며, 고통스러운 불명예를 안고 사시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12년 장기집권이 이어진 성남시는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다"며 "직전 경기도지사와 전임 성남시장들의 추문과 오명, 그 측근들의 부패와 불공정 속에서 도민과 시민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은 바로 전국민적 의혹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와 백현동 사태의 현장"이라며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줄곧 이 상임고문의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맹렬히 공격해 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상임고문에 대해 "주민의 이익 대신 자기편 먹여 살리기에 골몰하고,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은 심판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상임고문이 지지자들의 기세를 올리기 위해 강경 발언을 했다지만, 그에 따른 나비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권 교체는 현실로 다가왔다. 오는 10일부터 윤석열 정부는 검찰과 경찰을 손에 쥐고 새로운 '적폐 청산 시즌 2'에 들어갈 수도 있다.

6월 1일 열릴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 상임고문의 앞날이 주목된다. 검경의 수사 압박에 거대 야당의 방탄국회가 펼쳐질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