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수감, 석방, 재수감 반복 이재용
"기업 역할 모르는 정치가 제일 큰 문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난 5년이 오늘로 마침표를 찍는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가 ‘기업 수난시대’ 내지는 ‘이재용 수난시대’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단언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몰락을 원치 않았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었든 지난 5년 동안 삼성에 수난을 안겼던 정치권, 시민단체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은 삼성이라는 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문제는 이들이 생각하는 삼성의 ‘중요성’이 기업이 잘 돼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건전한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물론 진심으로 삼성이라는 존재를 자본주의‧승자독식의 거악, 나쁜 재벌로 여기며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기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삼성을 괴롭힌 주체들은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에게 삼성은 조금만 괴롭히면 뭐든 다 해주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지난 5년 동안 심증으로 굳어진 확신이다.

말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난 5년을 복기해 보면 그다지 무리한 생각도 아니다. 삼성이 겪고 있는 모든 수난의 원인을 문 대통령에게 돌릴 순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를 지지하거나, 그가 임명한 사람들의 손에서 이루어진 일들이니 문 대통령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러니 복잡하지 않게, 모두 다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 하자면 삼성전자는 지난 5년 내내 문 대통령 때문에 오너리스크에 시달렸다.

5년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그 5년을 재판 받는 데 허비했다. 구속, 석방, 재수감, 가석방을 반복하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창립부터 이어져온 무노조 경영도 포기했다. 판사가 제안한 준법감시위원회도 만들었다. 모두 삼성의 개혁을 원하는 이들이 요구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대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업 알기를 우습게 아는 문 대통령의 잘못이 가장 크고, 그런 문 대통령에게 끌려 다닌 이 부회장도 빌미를 준 건 마찬가지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돈줄’ 정도로 바라본 역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들의 속성은 영원히 변치 않을 테지만, 이런 속내를 모르고 휘둘리는 것은 자질 문제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는 건 바보나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 조우현 산업부 기자
삼성에 수난을 안겨준 문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어차피 삼성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괴롭혀도 망하기는커녕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매해 성장하고 있으니 어렵다는 하소연을 귀담아 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삼성이 잘 돼야 자신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이 커지니 망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죽지 않을 만큼만 괴롭히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그러니 경제 회복의 열쇠로 이 부회장만 보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외면할 수 있었던 거다. 문 대통령에게 ‘그럼에도’ 버텨내고 있는 삼성의 노고, 고군분투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살면서 부가가치라곤 1%도 창출해본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다. 그걸 무슨 수로 알게 하겠는가. 어차피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치가 잘못됐다고 외쳐본들, 정치의 속성은 영원히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니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 문 대통령의 5년은 역사가 됐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시간이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이 부회장이 오롯이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을 그때, 정치에 주눅 들지 않고 기업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길 바래본다. 정권은 잠깐이지만 기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백년대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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