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변동폭 커져…'녹인 배리어' 속속 진입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발 긴축 공포로 국내외 증시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기 상환이 연기되거나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들이 나오면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 미국발 긴축 공포로 국내외 증시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 ELS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3월 홍콩H지수(HSCEI) 하락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대외 변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직면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3년 만기인 지수형 ELS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6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평가해 조기 상환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미국 S&P500과 유럽 유로스톡스, 홍콩H지수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지수가 행사가격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이유로 ELS 조기상환을 순연한다는 공지를 연이어 내놨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10일 ELS 제29830회에 대해 유로스톡스50과 S&P500지수가 조기상환 행사가격을 하회해 조기 상환을 순연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KB증권 또한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 지수가 행사가격 미만으로 떨어져 하루에만 11건의 ELS 조기상환 순연 공지문을 공지했다.

이들 ELS는 S&P500지수와 유로스톡스50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일(현지시간) S&P500지수가 3991.24까지 떨어져 종가 기준 작년 3월 31일 이후 1년 만에 4000선이 깨졌다. 유로스톡스50 지수 역시 3526.86으로 떨어져 4000선이 함께 무너졌다.

해외에 상장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들 가운데서는 ‘녹인 배리어’로 불리는 원금손실 기준에 진입한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를 기초 자산으로 설계된 ELS 상품이 녹인 배리어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이는 메타 주가가 지난달 하순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폭락한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12개 ELS 상품 역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녹인 배리어에 들어섰다고 밝힌바 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지난 1월 21일 발행한 3년 만기 ELS 상품이 지난 10일 녹인 배리어 진입했다고 알렸다.

물론 녹인 배리어에 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손실을 보는 건 아니다. 만기 때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단, 한 번 녹인 배리어에 진입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80∼90% 수준으로 회복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스닥 지수가 5% 내외의 등락폭을 보이는 등 ELS 기초 자산들의 변동폭이 최근 매우 극심해진 상태”라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함에 따라 증권사들의 수익도 함께 감소하는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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