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참석’ 왕 부주석 면담 공개발언 때 ‘5가지 건의’ 발언
尹, 사의 표하면서 “시 주석 방한 고대” 밝혀…사실상 역제안?
한미정상회담 겨냥 선제 압박…中, ‘윤 방중 초청’ 보도 안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 의사를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 부주석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시 주석이 양측의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뜻을 잘 알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접견을 마치면서 윤 대통령은 중국측의 초청에 사의를 표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중 초청에 방한을 역제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한국과 중국의 정상 중 누가 먼저 움직일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문재인정부 때 단 한 차례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시절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이번에 왕 부주석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다섯 가지 건의사항도 제시했다. ▲전략적이고 원활한 소통 강화 ▲한중FTA 2단계 협상 마무리 및 제3국 시장 협력 강화 ▲국민 우호 증진 ▲한중일 플러스알파 협력 추진 및 한중일FTA 구축, 한반도 문제 협력 강화 및 민감한 문제 타당한 처리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한중일 플러스알파 협력’ 추진과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는 각각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력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와 관련된 것으로 윤석열정부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왕 부주석이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것도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을 통해 사드 문제를 포함한 건의사항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에 대해 문제 제기할 때 ‘민감한 문제’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다. 중국은 사드의 추가 배치는 물론 현존하는 사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온 기존 입장을 윤 대통령 면전에서 다시 확인한 것으로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에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1분 정도였지만 왕 부주석은 무려 8분에 걸쳐 발언했으며, 공급망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한중 간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며 “중한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취임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서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때 IPEF 출범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로서는 견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의 공약이었던 쿼드 참여와 사드 추가 배치는 대통령직인수위가 최종 공개한 국정과제에서는 모두 빠졌다.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취임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많이 언급하는 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강조해 미국 등 서구권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 주석이 한미정상회담을 의식해 왕 부주석을 통해 선제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면 향후 한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것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에 왕 부주석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측의 건의 사항을 부각하면서도 시 주석의 윤 대통령 방중 초청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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