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인상, DSR 규제 여전…실수요 영향 '미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서민·청년층을 위한 금융정책으로 대출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담보가치인청비율(LTV) 상한선을 최대 80%까지 완화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또 고금리 주담대를 저금리로 갈아탈(대환)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도 구상 중이라는 후문이다. 

다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지되는 데다, 물가상승 여파에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실수요가 얼마나 반응할 지 미지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청년과 서민을 위해 금융정책을 본격 손질한다. 대표적으로 LTV 규제 완화,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외에도 서민들의 고금리·변동금리 주담대를 저금리·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저금리·고정금리 대환정책은 현실화될 경우 '영끌족'과 빚부담에 시달리는 차주들이 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정책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2019년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담대를 최저 1%대 저금리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내놓았던 특판 상품이다. 

당시 기준은 부부합산 1주택자, 소득 8500만원 이하(신혼부부, 2자녀 이상 가구는 합산 1억원), 담보물 시가 9억원 이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대출한도는 최대 5억원 한도로 기존 대출잔액 내에서 이용 가능했다. LTV는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를 상한선으로 뒀다. 

금리 상승기에 대환대출이 현실화되면 시중은행 주담대 중 가장 낮은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금공의 핵심상품인 디딤돌대출 금리가 30년 만기 기준 2.40~3.00%, 보금자리론이 4.25~4.35%로 각각 책정된 만큼, 과거 수준으로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주담대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이달 3% 초반대를 가리키며 전달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160~3.393%를 가리키고 있다. 정부는 관련 재원을 추경으로 마련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LTV 규제완화도 꺼냈다. 정부는 지난 3일 국정과제 발표에서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게 LTV 상한을 기존 60~70%에서 80%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가 아닌 1주택자에게는 지역과 무관하게 LTV를 70%로 통일한다. 그동안 LTV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40%, 조정대상지역에 50%를 각각 배정해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샀다.

정부가 LTV를 완화하지만 DSR 규제는 현행 수준을 이어가 실제 수혜를 누릴 차주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DSR는 가계대출의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총대출금이 2억원을 넘으면 DSR로 40%(비은행권 50%) 내에서만 대출할 수 있다. 주택가격이 최근 금리인상과 매물 확대 등으로 조정국면을 맞고 있지만 DSR 규제가 버티는 만큼 실제 대출을 누릴 차주는 극히 미미하다.

이에 정부가 LTV 완화와 함께 대출만기를 최장 50년까지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 소득활동이 보장되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속속 출시 중인 최장 40년 상품에 견줘 상환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월부담액(원금+이자)은 줄어든다. 다만 매월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데다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는 만큼 40년 대비 이자부담총액은 늘어난다.

올 하반기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전세 세입자가 시장에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주택 매수에 나설지, 한 번 더 전세계약을 맺어 4년(계약연장 2년 포함)간 주거문제를 해결할 지 미지수다. 금리 상승기를 맞이하는 만큼, 매수를 택하는 실수요자는 빚부담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0일 현재 연 4.28~6.61%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내 7%대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 여파로 최근 호가(呼價)를 크게 낮춘 매물이 속출하면서 주택매수를 관망하는 실수요자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출 증가흐름이 감지된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 2000억원 늘어난 1060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대출이 감소했지만 4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786조 8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 1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전세자금은 1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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