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약 490명 가두행진 참여, 대화없는 윤 정부에 날선 비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 부산이전과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황영기 후보의 인선을 반대하며 거리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산은이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에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황 후보가 과거 우리금융 회장 겸 행장 시절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수조원의 손실을 입힌 점을 언급하며 인선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산은지부는 전날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산은 지방이전을 저지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하는 한편, 결의대회를 가졌다. 같은 날 결의대회에는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된 가두행진 참석자부터 막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는 젊은 행원까지 대거 집결해 산은 주변을 빼곡히 메웠다. 노조 측 추산 집회 참석자는 간부 및 조합원 포함 약 490명이다. 

   
▲ 금융노조 산은지부는 13일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산은 지방이전을 저지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하는 한편, 결의대회를 가졌다./사진=산업은행 제공


조윤승 금융노조 산은지부 위원장은 "노조는 수십여 차례에 걸쳐 산은의 지방이전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반대로 국가 경쟁력만 훼손할 것임을 경고했다"며 "산업은행 부산이전 공약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청년들의 미래는 외면한 채 몇몇 지역 정치인들의,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졸속 정책, 산업은행 이전은 국익 훼손 초래,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온 정치놀음"이라며 "지방이전 정책이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석자들에게 총파업에도 나설 수 있다는 각오로 반대투쟁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아무런 공론절차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부산으로 이전하려고 한다"며 "오직 정치논리와 진영논리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노조는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거론되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인선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노조는 황 후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공로로 산은 회장 보은 인사를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황 전 회장이 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수조원의 손실을 안긴 전력도 부적절하게 보고 있다. 실제 황 전 회장은 이 문제로 KB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와 함께 대출 청탁 의혹 등으로 검찰청을 수차례 조사받기도 해 경영능력 및 도덕성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 부산이전과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황영기 후보의 인선을 반대하며 거리투쟁에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조 위원장은 "정권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다면 기간산업을 지키고 해외 투기자본에 맞서 싸울 장수인 산은 회장을 정치적 판단으로 아무나 임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전문성과 윤리성 등을 현미경으로 보듯 검증함은 물론, 지난 2년 간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혁신기업 지원, 현재 진행형인 구조조정 과정상 손실 등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산은이 마주하고 있는 수 많은 현안들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센 만큼, 황 전 회장 외에도 유력 후보들의 인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회장이 윤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차질 없이 공약을 수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전임 정권에서 차출된 이동걸 산은 회장 외에도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권 주요 기관장은 대거 물갈이되고 있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된 가운데, 산은 회장은 윤 정부의 공약을 따를 수 있는 인물이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점에서 노조는 이를 '권력의 시녀'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차기 산은 회장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자질은 본점 부산 이전 문제와 민영화 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능력이다"며 "차기 회장은 이를 바르게 판단하고 정부, 국회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이전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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