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금리 격차 용인해야…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 작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이 기준금리를 미국을 따라 급격히 올리기보다는, 국내 물가·경기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도 강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6일 이런 내용의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 실장은 미국 금리에 맞추는 '금리 동조화 정책'에 비해 국내 물가·경기 안정을 중시하는 '독립적 통화정책'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오더라도, 중기적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물=사진=KDI 제공


특히 미국이 수요와 무관하게 기대인플레이션 안정 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통화당국 성향 변화 등에 따라 금리를 올릴 때 한국이 금리 동조화 정책을 쓸 경우, 한국 경제에 경기 둔화가 그대로 파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면 금리 동조화 정책을 쓸 때보다, 소비가 매 시점 0.0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밝혔다.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면서도, "그러나 한미간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상황을 감안해 금리 인상 폭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으면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한 적은 없다며, 대외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고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

지난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에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과 외환시장 경색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는 "최근 환율이 오르고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자본이 있지만, 급격한 자본유출이나 외환시장 경색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게 되면, 상당한 경기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한국 물가가 지금보다 급등하고 경기도 과열되면, '빅 스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도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내부 상황 때문이지, 미국이 올려서 따라 올리겠다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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