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카드사의 판촉 행사 영향
금리 20% 육박…카드사별 평균 14.83~18.52% 적용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신용카드 대금의 일부를 다음달로 이월하는 ‘리볼빙’ 서비스 총 잔액이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 사용자의 대금 상환 능력이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리볼빙 영업으로 선회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미디어펜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결제성 리볼빙 이용 잔액은 지난해 말 14조84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7.8%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6.3%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일시불+할부) 증가율이 13.4%인 것을 감안하면 리볼빙 잔액의 증가율 17.8%는 가입자의 대금 상환 능력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리볼빙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서민경제가 위축된 것과 더불어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리볼빙을 장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볼빙 신청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쿠폰·편의점 상품권 제공, 캐시백 이벤트 등을 통해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올해부터 카드론이 DSR 규제에 포함되고 2금융권에 적용되는 DSR 비율도 기존 60%에서 50%로 줄어들지만, 리볼빙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리볼빙은 카드사용액의 일부만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차후에 갚도록 한 카드 대금 연체를 막고자 도입된 서비스다. 그러나 결제금액이 계속 이월되고 리볼빙 수수료까지 더해지면서 장기간 이용하는 경우 갚아야 할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게 된다.

리볼빙은 10~100% 내에서 10% 단위로 결제비율을 설정해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제비율을 10%로 설정 시 카드대금이 100만원일 경우 10만원만 결제되고 나머지 90만원은 다음달로 이월된다. 여기에 이자가 합쳐져 결제금액으로 청구된다. 다시 리볼빙을 실행하는 경우 결제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가 일어나므로 단기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이용 시 신용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리볼빙은 금리가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리볼빙 이월 잔액의 가중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로 최고 연 18.52%에 달했다. KB국민카드(17.76%)와 우리카드(17.60%) 등도 고금리로 운영했다. 금리가 가장 낮은 하나카드도 14.83%였다.

고신용자가 이용한 리볼빙 금리도 최고 17%가 넘었다. 신용평점 900점 초과(KCB 기준) 차주에게 책정한 금리는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각각 17.06%, 15.55%였다. KB국민카드(14.98%), 현대카드(14.40%), 삼성카드(13.54%) 등도 높은 수준이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사용 자체는 신용평가에 활용되지 않으나 리볼빙으로 인해 매달 갚아야할 금액이 많이 남게 되면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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