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대북 코로나19방역 지원 공식 언급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 통지문 발송 추진했으나 북 무응답
“中과 협력” 밝힌 김정은 21일 한미회담 이전까지 침묵 예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취임 이후 6일만에 가진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처럼 공식 한반도 정책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첫 시정연설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 신뢰구축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우리는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북한의 핵무기 체계 고도화 등 엄중해지는 안보 현실을 먼저 언급했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ICBM·핵실험 모라토리엄 파기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가 취임한지 이틀 뒤인 지난 5월 12일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세발 발사했다. 올해 들어 16번째 도발이며,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동향을 지적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2022.5.16./사진=공동취재사진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새 정부 5년 동안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회 추경안 처리를 강조한 뒤 대북 코로나19 방역 협력 의사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저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등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최근 북한의 코로나 감염자 급증 사태가 결코 가볍지 않으므로 대북 방역협력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말해온 정치적·군사적 문제와 별개로 대북 인도적 지원 약속에 대한 실행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아닌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언급해 문재인정부와 차별화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나 조 바이든 행정부도 한때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북한이 필요에 따라 비핵화 개념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달리 주장한다는 평가도 나와 있는 만큼 윤석열정부는 ‘북핵 포기’ 목표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용어 사용에서도 기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북한은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을 거부해왔고, 문재인정부는 이런 점을 수용하면서 비핵화 프레임으로 견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4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과 관련해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밝혔다. 2022.5.14./사진=뉴스1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날 처음으로 북한에 남북 협력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한의 수용 여부는 조금 더 불투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 통지문을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16일 대북통지문 발송을 실제로 추진하기까지 윤석열정부는 며칠동안 사전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마침 북한이 코로나 감염자 발생 사실을 밝힌 12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장에 선 권영세 장관이 “북한에 방역 지원” “초당적 대북정책 토대 조성” “대북정책은 이어달리기” 등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13일 기자들에게 직접 “남북 방역협력을 위해 북한에 실무접촉 제안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우리측 통지문에 무응답으로 반응한 것을 볼 때 앞서 김정은 총비서가 14일 정치국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코로나를 극복해보려고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합의문을 만들지 지켜보는 일도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방역협력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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