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의 첫 대변인이자 마지막 소통수석 역임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대본부장 맡아 ‘정치인의 진심’ 모범
‘文의 마지막 참모’ 2024년 ‘공주·부여·청양’ 총선 재도전할 듯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민을 섬겼던 충심으로 충청남도와 충남도민을 섬기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첫 대변인이자 마지막 국민소통수석이었던 박수현 전 수석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현재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박 본부장은 17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네거티브 선거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그는 “네거티브와 정상적인 후보 검증은 다르다. 도덕성 검증이란 이유로 후보를 상대로 한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간절함과 절실함이 최고 비결이나, ‘간절함과 절실함’은 기본자세이다”라고 썼다. 비록 본인의 선거는 아니지만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충남도민에 정치인으로서 한결 성숙해진 그의 진심이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충남도는 박 전 수석이 2012년 19대 총선 때 당선됐다가 2016년 20대 총선 때 정진석 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3%포인트 차로 패배한 공주·부여·청양 지역구가 속한 곳이다. 또한 그는 4년 전인 2018년 충남도지사에 공식 출마선언 했다가 중도 포기한 일도 있다. 박 전 수석은 1964년 청남 공주 출생이니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뿌리를 내렸다.

   
▲ 6.1 지방선거에서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충남도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2.5.17./사진=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박 전 수석이 이번 지선에서 양승조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자신의 진심이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통하는지를 가늠해볼 시험대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임기 말에도 충남지사 출마 여부를 주목받았으나 선거 90일 전 공직사퇴 시한인 3월 3일 청와대 잔류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대신 2년 뒤인 2024년 총선에서 다시 공주·부여·청양 지역 국회의원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은 지난 3월 충남지사 출마를 포기하면서 페이스북에 ‘지공무사’(至公無私·지극히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음)라는 글귀를 올리고 “코로나 극복과 민생회복에 사력을 다하는 대통령님을 끝까지 잘 보좌하는 것이 국민께 충성을 다하는 공직자의 도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사적인 일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송구스럽기는 하지만, 공식적 질문이 많아 이렇게라도 (SNS를 통해) 답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 여긴 것이니, 크게 나무라지는 말아 주시기를 청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지역주민이 당연히 궁금해 할 내용이지만 겸손함으로 결심을 밝힌 것이다.

박 전 수석은 충남도민과 공주시민에 대한 충심은 2020년 21대 총선 때 정진석 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2.22%포인트 차로 패배한 것을 놓고 “4년 전보다 격차를 줄였으니 주민들의 신뢰가 커져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공주·부여·청양 지역은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쉬운 지역은 아니지만 박 전 수석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2.5.11./사진=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박 전 수석은 소위 ‘친문’은 아니었지만 문 대통령으로부터 유독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문 대통령의 첫 번째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충남지사에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하려 할 때 문 대통령의 만류가 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는 사실과 전혀 다른 ‘불륜설’에 휩싸였고 끝내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다. 사실 박 전 수석은 전 부인과 수년간 별거 상태를 유지했고,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뒤 2년이 지나 현재 부인인 김영미 전 공주시의원과 결혼했다. 

박 전 수석은 소통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모두 50편의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제목 그대로 문 전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한 비공개 발언,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배경이 설명돼 있어 출입기자로서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때때로 해명도 있었지만 확실히 대통령과 청와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컸다.
 
그 중 45편에서 박 전 수석은 청와대 관저 뒷산에 자리잡고 있는 불상을 문 대통령이 임기 초인 2018년 ‘보물’로 지정한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 즈음 문 대통령 부부가 산행을 하면서 법흥사 절터 초석에 앉아 논란이 일었던 일을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그리고 글의 마무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5월 9일 춘추관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2.5.9./사진=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관련 페이스북 글 일부를 보면, “문 대통령은 4월 7일 참모회의에서 관련 기사를 보고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해준 이야기를 적었다. ‘사실 제가 민정수석 시절에도 그 부처님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때 문화재청장이 알겠다고 하셨는데 그 후 진척이 없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 부처님을 제대로 모실 수 있게 된 것도 부처님의 가피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박 수석의 페이스북 글로 전해졌다.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던 문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박 전 수석은 글의 마지막에 “오늘 모든 세상의 사연과 인연들이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평화롭기를 축원한다”고 썼다. 

그의 브리핑과 인터뷰는 유난히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평가가 나 있다. 그러면서도 감동이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박 전 수석의 청와대 생활을 마무리하는 페이스북 글도 기자들 사이에서 제법 회자됐다.

그는 5월 8일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마지막 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세 대통령의 나무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9일 ‘청와대 마지막 출근 길’에 대한 소회를 출근길에 찍은 사진과 함께 올려 지난 문 대통령의 임기인 1826일을 회고하고 국민께 감사했다. 

10일에는 ‘퇴임 인사…청와대 마이크를 떠나며’ 글을 올리고 “국가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정치인이 되도록 더욱 애쓰겠습니다. 축복하고 평화를 빕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11일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이 머무르는 양산 사저까지 대통령을 모시고 내려간 뒤 떠나오던 소회를 적었다. 

역시 천주교인인 박 전 수석은 “이제 문 전 대통령이 그렇게 존경하던 성파 종정 예하 곁에 머무시게 됐으니 두 분이 자주 차향을 즐기시며,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바란다...(중략)...자꾸만 뒤에서 박 수석 하고 부르시는 대통령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인자한 미소가 떠오르는 듯하다. 언제쯤 이런 환청과 환시가 사라질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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