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원' 요건 ↑…"인가신청 회사 나올 것"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연이어 자본확충에 나서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달 28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6조원에 육박하는 자기자본 규모를 갖게 됐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도 초대형IB 신청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국내 증권사들이 연이어 자본확충에 나서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에서 올해 안에 ‘6호 초대형 IB’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도입된 이후 국내 초대형IB 증권사들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개사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당국의 새로운 초대형IB 지정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기간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린 증권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초대형IB로 지정되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를 포함해 외국환업무 확대,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먼저 시선을 끄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작년 4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키움은 우선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최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3조8603억원으로 올해 안에 초대형IB 지정 요건인 4조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달 28일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미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5조3000억원에 달했고,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5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초대형IB 요건을 넉넉하게 충족하게 된다. 업계에서도 하나금융투자는 이르면 연내 초대형IB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신한금융투자 역시 지난 2019년 6600억원 규모로, 메리츠증권이 작년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신한과 메리츠 두 회사의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각각 4조9671억원, 5조469억원에 달해 역시 초대형IB 요건에 부족함이 없는 상태다.

요건을 충족한 회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초대형IB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 요건이 변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 흐름, 여기에 국내 정권 교체 상황까지 겹쳐 경영상의 변동성이 커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변수가 많아진 것은 맞지만 지난 수년간 증권사들이 놀라운 속도로 몸집을 불려오며 초대형IB 준비를 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 “올해 안에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신청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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