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도 이날부터 40년 만기 주담대 취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5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면서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갚아야 할 총이자액이 늘어나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만기를 기존 35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한다. 대상 상품은 우리아파트론, 우리부동산론(주택), 집단 입주자금 대출이다. 주담대 만기를 확대한 배경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이 지난달 21일 시중은행 가운데선 처음으로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늘렸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도 각각 이달 만기를 연장했다. 이번에 우리은행까지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면서 5대 시중은행 모두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배경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자리한다. 지난해 도입된 DSR 규제는 은행권 총대출액이 2억원 초과인 차주에 대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4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 초과인 차주로 확대된다.

대출만기가 길어질수록 매월 부담하는 원리금과 이자가 줄어들어 DSR 비율이 낮아져 빌릴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난다. 다시 말해 DSR 규제에도 대출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출 기간이 늘어난 만큼 총 이자는 늘어나 주의가 필요하다. 당장 매월 갚아야 하는 월 상환액 부담은 덜 수 있지만, 그만큼 이자가 늘어나 총 상환액 규모는 커지기 때문에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다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차주의 이자 부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선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에 6%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상단은 6.6%를 넘어 7%대를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4차례 더 올려 현재 연 1.5% 수준의 기준금리가 최대 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대출금리 인상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이자 부담은 평균 16만4000원 늘어나며, 1%포인트 상승하면 연이자 부담액은 65만5000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늘어날수록 월 상환액이 줄어드는 만큼, DSR이 낮아져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출 기간이 연장되는 만큼 총 이자 부담은 늘어나기 때문에, 차주의 여력에 따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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