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시민단체, 아시아나 호실적 근거로 M&A 반대
아시아나 부채율 2217%, 증가세…대한항공과는 대조적
한국 여건·근로자 고용 문제 고려하면 조속히 통합해야
   
▲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적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시름시름 앓던 2020년 11월,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길고 긴 코로나 시국 탓에 대한항공 경영도 어려운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사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동업자 정신으로 동종업계인들에 대한 구제에 나섰다는 호평도 뒤따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되자 최대 주주인 KCGI가 지분율이 희석된다며 반발하는 등 논란도 뒤따랐다. 하지만 '국적 항공사 살리기'라는 대의명분 앞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도 지나는 등 여러 난관을 뚫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사리 이뤄졌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또 다시 대한항공에 의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로 출범할 통합 대형 항공사에 의한 시장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준동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이 지난해 4565억원, 올해 1분기에는 1769억원으로 최근 긍정적인 실적 수치를 보인만큼 되살아날 기미가 있는데 굳이 통합을 해야 하느냐고도 말한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부실한 기업이다. 감사 결과 한정 의견을 받고 매물로 나왔던 2019년 4월부터 이미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율은 2020년 1343.8%, 2021년 2282.3%로 1년 새 938.5%p나 급등했다. 4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기준 부채율은 2217%다. 대한항공이 2019년 814%였던 부채율을 올해 1분기 말 255%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의 척도인 유동 비율은 42%에 지나지 않고, 유동 부채는 유동 자산 대비 2조9676억원이나 많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수 대금 1조원,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기간 산업 안정 기금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수혈받았지만 재무 상태는 그대로다.

모르핀으로 연명하는 암환자가 살아있다고 해서 다 나은 게 아니라는 소리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독자 생존이 어려운 만큼 조속한 결합 승인을 요청했을 정도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공항에 주기돼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적 항공사 통합 반대론자들은 양사 합병 시 항공편 독점에 따른 소비자 편익 침해와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은 호남 배려 등 정치적 차원에서 금호그룹에 항공 사업권을 내줬지만 앞으로도 2 FSC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건 한국 항공업계에는 불행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인구 1억명 미만인 국내 여건상 1FSC+다수의 LCC를 유지하는 게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며,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별도 독립사로 운영이 이뤄질 경우 허브 공항이나 인력, 기재 등 자원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통합 상황을 가정해 비용 측면에서는 △시설 △인력 △기재 △터미널 △판매 조직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무 구조 개선·신용 등급 향상에 따른 이자 등 금융 비용 절감 등 장기 경영 계획을 세워뒀다. 통합 항공사가 생겨나야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장기 생존이 가능하고 고용 안정 역시 도모할 수 있게 되는데, 무산될 경우 모든 게 틀어진다.

고객들 역시 양대 항공사 상용 회원 우대 제도 통합을 통해 마일리지 적립·사용처 확대도 가능해진다. 새로운 취항지가 생겨나고 여행 시간대도 다양화 돼 선택권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가격 조정권을 가지게 될 것을 우려하지만 외국 항공사들도 같은 노선에 여객기를 띄우면 자연스레 항공권 가격은 낮아지게 되는 만큼 독점에 의한 소비자 피해는 생겨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항공회담·항공교통심의위원회 등을 개최해 스위스·독일·몽골 등 여러 국제선에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취항을 허가했고, 더 많은 노선을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역시 독과점 논란을 해소하고자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독점이라는 말 자체도 타당하지 않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중복되는 인력은 1200명 수준이다. 하지만 매년 생겨나는 정년 퇴직자 등 자연 감소분을 고려하면 인력 문제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원태 회장은 산은과 협약을 체결할 당시 '해고 없는 통합'을 약속했고, 위반 시 퇴진까지 약정했다.

또한 "통합 이후 무엇보다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출신 근로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통합에 적극 동의한다. 기자가 만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침몰하는 배에 있느니 차라리 새 배로 얼른 갈아타고싶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연계 업종을 포함, 국내 총생산(GDP) 중 약 3.4%(54조원)를 차지한다. 게다가 연관된 일자리만 해도 84만개로, 국가 기간 산업 그 자체다. 양사의 통합 추진은 국내 항공업계의 생존과 일자리 보존을 위해서라도 필수 불가결하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문제는 고용이 걸려있는 민생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통합 작업은 대승적 차원에서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모처럼의 기회다. 그런만큼 비전문적 단견에 입각한 소모적 독과점 논란을 만들어 통합 작업을 흔드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외국 경쟁당국들의 처분을 차분히 기다려보길 바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