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EU·일·중서 절차대로 진행…긍정적 결과 기대"
항공산업, 국내 GDP 중 3.4%…일자리 84만개 창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각국에서의 심사 과정이 무리 없이 진행 중이고, 독과점 논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3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 "올해 2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얻어낸 이후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필수적 선결 조건인 미국, EU 등 6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차질없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가용한 전사적 자원을 총 동원해 해외 기업 결합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다./사진=연합뉴스

회사 관계자는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 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해 맞춤형 전략을 안정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 현황을 총괄할 글로벌 로펌 3개사, 개별 국가 심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로컬 로펌 8개사, 객관성·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제 분석 업체 3개사, 협상 전략 수립·정무적 접근을 위한 국가별 전문 자문사 2개사와 계약해 각국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3월까지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지불한 자문사 선임비용은 약 350억원 수준이다. 현재까지 각 경쟁당국에 제공한 자료는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고, 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해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측은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이 소정의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심사 절차가 최초 신고서 제출 한달 후 '세컨드 리퀘스트' 규정에 따라 방대한 내용의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 피심사인은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과 시정 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31일 최초 신고서 제출 후 자문사 조언과 경쟁당국 협의 후 시정 조치를 마련해 대응하고자 했으나 최근 현지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연방 법무부(DOJ)는 반독점 심사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해 대한항공은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조속한 승인 획득에 유리할 것으로 보도 현재 양 방향으로 심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월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에 기업 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현재는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전체적인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시정 조치안에 대한 사전 협의(Pre-consultation) 절차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 자료를 제출하는 등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대한항공이 결합 신고를 철회했다가 재신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철회 후 재신고는 사실이나) 심사 시한 종료에 따라 결합신고 철회 후 재신고 하는 것은 현지 당국의 심의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당시에도 같은 절차로 진행된 바 있는 만큼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월 설명자료, 8월에는 신고서 초안을 공정취인위원회에 제출했고, 현재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본 경쟁당국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제출했고, 경쟁당국의 자체 경제 분석·시장 조사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자료들을 제출하며 적극 설명하고 있다는 게 대한항공의 공식 입장이다.

임의 신고국인 영국에서도 지난해 3월 경쟁시장청(CMA)와의 사전 협의 절차 진행 후 네 차례에 걸쳐 요청 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4월 신고서 제출 후 세 차례에 걸쳐 경쟁소비자위원회(ACCC)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재 미국·EU·영국·호주 관계 당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결합 전과 유사한 경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국내·외 항공사를 신규 시장 참여자로 유치하고자 최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하고, 협력 관계가 없던 경쟁 항공사들에게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같은 전방위적 노력을 토대로 다수의 항공사들이 신규 시장 진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이에 따라 머지 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인수·통합이 갖는 의미를 감안, 기업 결합 심사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업계 정상화 △연관 일자리 유지·확대 △대한민국 산업·물류 경쟁력 제고 △소비자 편익 증대 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연계 산업을 포함, 국내 총생산(GDP)의 약 3.4%(54조원)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게다가 연관 일자리는 84만개에 달한다. 양사 통합 추진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일자리 보존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2개 이상의 대형 항공사(FSC)를 운영하는 국가는 인구 1억명 이상이면서 국내선 항공시장 규모가 자국 항공시장의 50% 이상인 국가 또는 GDP 규모가 큰 국가들 외에는 없다. 이는 곧 자국 내 항공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본적 환경을 갖춰야 2개 이상의 FSC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대한민국에선 2개의 FSC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M&A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여객·화물 스케줄을 다양화를 통한 선택의 폭 확대, 비용 절감을 통한 운임의 합리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투자 여력 확대에 따른 신규 취항지 증가, 화물 터미널 통합을 통한 물류 흐름 개선 등 소비자 편익이 대폭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M&A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기울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나, 당사는 조금 더디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대한항공은 혼신의 힘을 다 해 각국 경쟁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해 승인을 이끌어내는 한편, 굳건히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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