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대법원 "부당 거래? 정상 거래 기준 밝혀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취소 소송전에서 최종 승소했다.

24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공정위는 2016년 11월 대한항공이 계열사 내부 거래로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물렸다. 또한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조항에 근거해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을 내린 첫 사례로 기록됐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 판매 관련 사업을 하는 대한항공 자회사이며,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자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조현민 ㈜한진 사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 콜센터 운영·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 기술 자회사로, 2007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조 전 회장과 자녀들이 70∼100% 지분을 보유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직원들로 하여금 기내 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대부분 보게 하거나 광고 수익을 싸이버스카이에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니컨버스에는 시스템 사용료·유지보수비를 과다 지급해 이익을 보장해줬다고 봤다.

이 같은 과징금 처분에 대한항공은 반발했고, 2017년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은 2심제(서울고등법원·대법원)로 진행된다.

이에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부당 거래'라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비교 대상이 되는 '정상 거래'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나, 공정위가 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교 대상도 없이 어떻게 부당 거래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게 판결의 취지다.

사안을 다시 심리했던 대법원 역시 서울고법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공정위 처분 근거였던 공정거래법 23조의2에 대해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해 특수 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뤄져야 한다"며 해석·적용의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부당성'에 대해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해 대기업 집단의 특수 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대법원은 △행위 주체·객체·특수 관계인 간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 △행위의 경위·경제적 상황 △거래 규모 △특수 관계인에 귀속되는 이익 규모 △이익 제공 행위 기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특수 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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