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문제, 기본권 제한·선택권 미보장·불공정 판단기준 모호 등
저널리즘 상업화 및 어뷰징 격화 우려…특위 중간보고서, '부정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170명이 전원 참여해 지난달 27일 제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해당 개정안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지 단 15일 만에 발의했지만,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 개정안의 '전체주의적' 속성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 4가지다. ①포털이 알고리즘 및 자체 기준에 따라 기사 추천·배열·편집을 전혀 못하도록 금지했고 ②포털 제휴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③포털뉴스 웹페이지 내에서의 뉴스 보기를 금지하면서 언론사 웹페이지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를 의무화했다. ④위치정보를 이용해 지역언론사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우선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24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자문위 최종보고 및 활동결과보고서 채택에 나선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관 ‘포털뉴스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계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가 5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7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발표된 자문위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중간보고서는 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 신뢰도개선분과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수용 또는 배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용자가 기사 배열편집 기준을 알 수 있도록 고지의무할 것"이라고 언급됐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자문위원들은 민주당 개정안에 대해 국민 기본권 제한·불공정 판단기준 모호·언론-영업의 자유 제한·언론사 어뷰징 격화 등 다양한 우려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의 핵심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저널리즘의 무책임 방치 및 상업화 문제가 야기되고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언론 신뢰도 하락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명분을 들고 나섰지만 개정안 이면에는 관련 규제를 정당화하는 반민주주의 전체주의식 발상,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배제할 뿐더러 모호한 기준 개념을 통해 위헌성이 지적된다는 모순이 지적된다.

민주당이 개정안 입법을 강행해 현실화될 경우, 언론과 국민의 피해는 수치로 따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털뉴스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입을 모아 민주당의 법 개정안을 오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왼쪽)와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5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관 ‘포털뉴스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계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에서 토론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패널로 나선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을 통해 "이 개정안은 '사전규제' 의혹이 있어 민주주의 정신을 위태롭게 한다"며 "개정안은 자연법 정신에도 어긋나고 인위적 조치로 생각과 행동을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은 전체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지금의 개정안은 '네이버 평정'과 하등의 차이도 보여주지 못한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 그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는 취사선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또한 "뉴스생산자나 유통플랫폼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가장 중요한 독자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용자나 독자의 입장에서 정보 접근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는 배제된 것 같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인터넷 뉴스서비스가 사회적 여론을 조장, 왜곡한다는 (법안을 만든 민주당 측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독자의 표현의 자유, 정보 이용권을 제한하는 폐해가 규제로 인한 이득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도 이날 토론에서 "개정안에서 언급된 '편향'이나 '불공정'은 판단기준 조차 불명확한 개념"이라며 "그 존재나 해소 여부 역시 증명될 수 있는 해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손 변호사는 "이러한 불명확한 해악을 이유로 국가가 사적 영역의 서비스 내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써 위헌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발제자로 나선 김보라미 법무법인디케 변호사는 이날 "법안은 아웃링크 방식의 문제, 그 이후 더 심각해진 기사형 광고를 포함한 상업화 문제, 위험한 광고가 범람하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법안으로 인해 그 누구도 저널리즘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개정 방향과 반대의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김보라미 법무법인디케 변호사가 5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관 ‘포털뉴스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계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또한 토론에서 "개정안을 보면 알고리즘의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인 검증과 토론, 연구 과정없이 쉽게 정의하고 규제하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교수는 개정안에서 규정한 알고리즘 문제에 대해 "뉴스 알고리즘과 관련되어 사용자들,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조사된 바도 없다"며 "적절한 검증 그리고 그 검증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합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패널로 참석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이날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포털 아웃링크 의무화나 지역언론 노출 위한 위치정보 수집 등에서 소비자피해 우려가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며 "정치적 규제를 통한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시장경쟁을 통해 저널리즘을 확립하고 자율규제 강화를 통해 언론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 언론 특위가 2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채택할 최종보고 및 활동결과보고서가 주목된다. 향후 민주당이 언론계의 대대적인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기존 개정안 내용을 철회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