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 "검경 있지 않나" 반문…검경 인사권 쥔 대통령에겐 '어불성설'
특별감찰관, 폐지 아닌 국회 입법사항…'권력 주변 감시' 문정부와 윤정부 달라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특별감찰관제를 놓고 대통령실 '혼선'이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특별감찰관제는 부인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를 감찰하는 제도다.

법에 의해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문 전 대통령은 5년내내 임명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를 비판한 바 있다.

혼선의 시작은 지난 30일 오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서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폐지는 아니지만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하여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부터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참모진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민정수석실에 이어 특별감찰관실까지 없애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어떻게 하냐'는 등 질문이 빗발치자 핵심 관계자는 "검경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기자들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검찰과 경찰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대통령이 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사권자를 겨냥해 검경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인식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 상당수가 말문이 막혔을 정도다.

해명은 이튿날 즉각 이어졌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특별감찰관 제도는 엄연히 현행 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면 그 중 1명을 지명하는 것'이라고 했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브리핑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제도를 무력화시킬 분이 아니다"라며 "만에 하나 오늘 기사가 선거를 앞두고 의도된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에 의해 나온 얘기라면 대통령실 또한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자칫 방심하는 순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고 결국 대통령께 큰 누를 끼치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이날 경기지사 지원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특별감찰관제 법이 폐지되지도 않고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에 민주당과 협의해서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지명에 대해 "임의 규정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가 아니라 다른 제도를 만들려면 당연히 입법부와 협의해야 할 문제"라며 "어제 답변 과정에서 마치 특별감찰관제 폐지를 전제로 이 논의를 진행하는 것처럼 비쳐 혼선을 드렸다. 어쨌든 혼선은 저희 실책이다. 그런 점에서 분발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는 "더 나은 제도가 있는지 구상하는 것은 늘 행정부나 대통령실 몫"이라며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회의적이라기보다는 달라진 제도 속에서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제도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감찰관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 신설된 직위로, 대통령 배우자·4촌 이내 친족·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을 감찰 대상으로 삼는다.

검찰·경찰이 인사권을 쥔 대통령의 영향에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별도의 감찰관을 두고, 살아있는 권력 주변에서 예민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독립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 따라 도입됐다.

특히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내 이 절차를 밟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줄곧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 된 후, 법무부는 특별감찰관 재가동을 위한 예산 운용에 대비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자명하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로 인사 검증 등 정보력이 집중되는 것과 별개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하루속히 임명하고 내부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고민'이 '법'이라는 선을 넘어선 안된다. 이번 특별감찰관제 해프닝은 바로 그런 사례였다. 향후 대통령실의 신중한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