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관계’→‘대적 투쟁’ ‘강대강 선대선’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강대강’
전문가 “2019년 정면돌파보다 더 강경한 표현…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지속”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최선희 외무상 임명 “핵실험 연기”vs“대남 공세 강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강대강·정면승부 투쟁 원칙”을 천명했다. 노동신문은 11일 8~1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김 총비서가 대적투쟁 원칙과 전략·전술적 방향을 제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총비서가 사실상 7차 핵실험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원회의를 보도한 노동신문에 ‘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바로 직전 전원회의에서 언급됐던 ‘북남관계’란 표현도 빠졌다. 대신 ‘대적 투쟁’이 들어가 남한에 대한 대결 국면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북한에 대해 ‘주적’ 개념을 부활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번에 ‘자위권’ ‘강대강’ ‘정면승부’를 언급하며 “김 총비서가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므로 7차 핵실험은 물론 전술핵 투발 수단인 탄도미사일의 지속적인 능력 강화를 시사한 것이다. 
 
이번에 제시된 북한의 ‘대적 투쟁’이나 ‘강대강 원칙’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더 강경해진 입장을 반영했다.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 총비서는 “강권을 휘두르는 대국에 대해서는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 “강대강 선대선”을 언급했다. 이후 지난해 6월 당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라고 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2022.6.11./사진=뉴스1

이에 대해 통일부는 “기존 강경 기조 지속이 예상되나 구체적인 내용 및 후속 조치·동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를 겨냥한 발언이나 핵실험 등 자극적 언급은 없으나 주요 계기 시 대미·대남 관련 구체적 입장과 대적 투쟁 원칙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특히 정면승부 표현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정면돌파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표현으로 필요하면 싸워서라도 승부를 내겠다는 강경 입장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국방 발전 및 전략·전술체계 개발 5계년 계획의 차질 없는 수행을 확인한 것이며, 7차 핵실험 등의 강행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이번 확대회의에서 드러난 김정은의 대외 인식이 불변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먼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7년 하반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차후 위기가 정점에 달한 이후 협상 국면이 펼쳐져도 전략핵에 더해 전술핵 능력도 탑재한 북한을 상대로 협상값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원회의에서 통일전선부장에 리선권, 외무상에 최선희가 임명된 것과 관련해서 북한이 대미 라인을 강화한 의도를 주목하는 견해도 나왔다. 리선권은 2018년 남북 고위급회담에 나섰던 인물이며, 최선희는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한 인물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선희 외무상 등극은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7차 핵실험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76세의 김영철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젊은 리선권이 통일전선부장이 되면서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우리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며 면박을 줬던 리선권이 강경하고 거친 입으로 대남 대적 투쟁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2022.6.11./사진=뉴스1

북한의 이번 전원회의 의제는 ‘조직 문제’ ‘올해 주요 당 및 국가정책 집행 정형 중간 총화와 대책’ ‘비상방역상황 관리와 국가방역능력 건설 과업’ ‘당규약과 당규약 해설집의 일부 내용 수정 보충’이다.
 
이 중 ‘대적투쟁·대외사업 원칙 및 전략·전술적 방향’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비상 방역 상황 관리 및 국가 방역능력 건설’과 관련해서 김 총비서가 직접 보고하는 형식을 보여 다른 분야보다 관심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

통일부는 “주요 과제로 ‘보건 토대 강화’ ‘방역 능력 건설’을 제기했으나 세부 내용은 명시하지 않아 장기과제로 추진할 것이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북한 식의 방역정책을 유지하겠지만 ‘과학성과 선진성 결합’ ‘방역체계 부단한 갱신’ 등을 언급한 것을 볼 때 외부지원에 대해 사안별 선택적 수용 여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의는 북한 민심을 다잡기 위한 내부용이다. 북한이 코로나19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남 및 대외 정책은 2019년 12월 발표한 자력갱생과 핵능력 고도화를 제시한 ‘정면돌파’ 기조를 재확인했다. 북한은 7차 핵실험과 추가 ICBM 발사 등 국방력 강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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