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발언하는 의원 가만 놔두지 않았다"…내부 총질 경고
계파 갈등 원인 ‘전당대회 룰’…전준위로 공 넘겨 분쟁 종결 미지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신중한 발언’을 언급하며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한 첫발을 뗐다. 하지만 직접적인 갈등 원인으로 여겨지는 ‘전당대회 룰’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여 적기에 분쟁이 종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평가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식 첫 일정으로 국회를 찾아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어 “수박 이런 단어 쓰시는 분들 제가 앞으로 가만히 안 둘겁니다”라며 내홍 종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신뢰의 위기, 분열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라며 위기 수습 방안으로 ‘활발한 토론’ 보장을 꼽았다. 이는 계파 간 갈등과 감정의 골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활발한 토론 보장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는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갈등 발언 제한이 대두됐으며, 토론으로 도출될 당의 방향성에는 ‘강한 야당’과 ‘민생 정당’으로의 정체성 확립이 강조됐다.

하지만 그는 “2개월 안에 다 할 수는 없다. 일정한 토대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한다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이) 재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제한된 환경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과 권한의 한계에도 불구 '수박 금지령'으로 계파 갈등이 소강상태를 맞이하자 "전당대회 전까지 내홍이 수습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나오게 됐다.

다만 우 비대위원장은 갈등 유발의 근본적 원인인 대의원 제도에 대해서는 ‘지역 균형’의 관점과 신규 당원들의 ‘권리 존중’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혀,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더불어 전당대회 가이드라인 구성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전당대회준비위로 공을 넘겼다는 점은 친문과 친명계 양측으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사게 됐다.

친문계에서는 즉각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한 입장이 반영됐다”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논쟁의 여지를 나타냈다. 룰이 변경될 경우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양아들(양심의 아들)이 8월 전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명계인 안민석 의원도 “시간이 없다. 토론에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 지금 비대위의 방점은 토론보다 결단이다”라며 “계파청산, 대의원 특권 폐지 등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위해 민주당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라며 룰 변경을 압박해 내홍 재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수박 금지령’으로 계파 간 갈등이 당장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가이드라인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지연됨에 따라 내홍이 재발 할 여지가 남게 됐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