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공개 청구→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 거부→행정소송·헌법소원 병행할듯
당시 책임자 고발→압수수색 영장 청구→영장 발부→대통령기록물 봉인 해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북한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문재인 전 정권과 윤석열 현 정부 등 신구권력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전선이 그어진 상황이다.

핵심 쟁점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사망 당시 47세) 씨의 '월북 의사' 여부다.

이 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측 2.2㎞ 지점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있다가 실종됐다. 북한 쪽으로 표류하던 이 씨는 이튿날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아 숨졌다. 북한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이유로 이 씨 시신을 불태웠다.

해경과 국방부는 16일 일제히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2020년 9월 당시 입장을 번복하고 나섰다.

해경은 이날 "당시 수사 진행 단계였다"며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한 결과 최종적으로 월북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당시에도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두 기관 모두 이날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 이 씨 유족과의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한 김성한 현 국가안보실장(왼쪽)과 2020년 9월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오른쪽). /사진=(좌)연합뉴스, (우)청와대


향후 이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의 참고인 진술조서와 초동조사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내용의 구체성에 따라 새로운 정황 증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정부 관계기관의 입장 번복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특히 이 씨는 사전에 서류나 자신의 말로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유가족 측에서는 당연히 계속해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황 근거를 들어 '월북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주체가 정부의 대북 핵심인사였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았고 방관했다는 책임 추궁까지 갈 전망이다.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는 이 씨의 유족에게 달려있다.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는 피해 당사자의 직계가족만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에서 기자들 질문이 빗발치자 "선거 때도 이 부분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유족도 만났다"며 "당사자도 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어떠한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냐, 거기에 따라 좀 더 진행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해경은 유족에게 수사 중단을 통보했다.

해경은 이에 대해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사실 이외에 이름 소속 소재가 특정되지 않아 불송치 결정했다"며 "남북 분단 상황으로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고 피의자에 대한 소환 기대 가능성이 전혀 없어 수사준칙에 의거해 수사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은 열려있지만 유족의 선택에 달렸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동생은 월북한게 아니라 근무 중 실족해 표류하다 사살된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부분을 확인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족측은 우선 대통령기록관에 국가안보실 등 당시 청와대의 관련 기록물에 대해 공개를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통령기록관은 정보 공개 청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유족은 행정소송을 다시 들어갈 예정이다.

유족측은 이미 헌법소원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비공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민형사상 책임을 직접 묻는 것이다. 유족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해경청장 등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을 고발할 경우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핵심 증거인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받아 서울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대통령기록물 봉인이 해제된다.

앞으로가 문제다.

유족측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공식 입장을 밝힌다. 전정권 책임자 어느 선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지 주목된다. 법정에서의 공방은 시작하지도 않았다.